‘전투형’ 정몽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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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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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당론 안바꾼다고 한적 없어… 의견수렴 착수”
차기 주자 경쟁서 ‘박근혜 대항마’ 자리매김 나선듯

세종시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사진)가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서며 ‘날이 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해 9월 대표 취임 직후의 두루뭉술한 태도에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정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당의 의사결정이 당 대표나 어느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구조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대안을 발표한 뒤 시간이 꽤 지났다. 당내 의견수렴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날 “어떻게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토론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되받아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정 대표는 ‘당론은 원안 추진’이라고 수차례 공언했으나 (이제는) 새로운 당론을 정해야 할 것 같이 (여론)몰이하듯 해 당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고 공격했으나 정 대표는 “기존 당론을 안 바꾼다고 한 적이 없다. 정부 안이 나온 상황에서 논의는 필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18일 “정 대표의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을 때도 정 대표는 곧바로 “박 전 대표가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신 것처럼 당내 누구라도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정 대표는 ‘박근혜 예우’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당내 세종시 특위를 구성할 때도 사전에 박 전 대표의 동의를 구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정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 잘못 알려지자 직접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하기도 겁이 난다”며 항의했지만 정 대표는 정면 대응을 피했다. 정 대표의 ‘날 선’ 행보엔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지렛대 삼아 당내에서 박 전 대표의 확실한 대항마로 자리 잡으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차기 주자 경쟁이 불붙었다는 얘기다. 정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은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기점으로 당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강한 대표로서 거듭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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