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DB구축, 환경부-지경부 “우리 관할” 4년째 밥그릇 싸움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 부처간 정책 엇박자에 녹색사업 표류

《“온실가스의 95%가 산업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온실가스 통계 사업은 지식경제부가 담당해야 합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규제가 되기 때문에 제3의 기관인 환경부가 맡아야 공정한 집계가 가능합니다.” 환경정책이 통일성이 없고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것은 이해관계와 정책 목적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 전문가들은 “정책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고 주관 부처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다투고 - 희귀금속 ‘인듐’ 재활용 2개 부처 따로따로 추진… 기술축적 효율 떨어져

○ 겹치고 - 대전천 등 7개하천 복원, 환경-국토부 동시 진행… 예산-인력 낭비 불보듯

○ 휘둘리고 - “車 온실가스 양따라 규제” 업계 반발에 연비기준 추가… 결국 “업체서 하나 선택을”

○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표류

정부가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온실가스 통계자료 구축사업’은 국내에서 1년간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 각종 환경 정책 수립과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2006년부터 현재까지 주관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환경부와 지경부가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994년 한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했을 때부터 ‘온실가스 국가통계현황을 작성해왔다”며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내 온실가스의 95%가 산업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경부가 통계를 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지경부는 이 사업에 연간 40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환경부도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이다. 올 3월 16개 지역 환경기술센터와 공동으로 통계 및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규제’를 위한 조사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통계를 산업 지원부처인 지경부에서 맡게 되면 공정한 집계가 되지 않는다”고 환경부는 주장한다. 이 통계 사업을 위해 환경부는 약 18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UNFCCC가 온실가스 통계 검증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맡도록 하고 있어 감축 의무가 있는 39개국 중 일본 등 37개국이 환경관련 부처에서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는 점은 환경부에 힘을 실어준다.

희귀 금속 ‘인듐’ 재활용 정책도 난항이다. 인듐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휴대전화 등 첨단 가전제품에 감초처럼 들어가지만 매장량이 적기 때문에 미국, 독일 등은 40% 정도를 폐가전제품에서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관리해야 한다는 환경부 주장과 자체적으로 재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경부가 맞서는 바람에 관련 기술 축적이나 정책 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겹치기도 다수

환경부가 7월부터 전면 실시한 ‘탄소포인트’ 제도는 가정이나 상업시설에서 에너지 절약량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보상해주는 제도. 지경부도 5월부터 저탄소 제품을 구매할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탄소캐시백’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양 부처는 유사 사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일으키자 두 제도의 포인트를 통합하기로 했지만 제도 자체는 각각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같은 제도를 두 기관에서 각각 운영함으로써 인력과 예산이 중복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울산 태화강, 대전 대전천, 강원 춘천의 공지천 등 7개 하천은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국토해양부의 ‘지방하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태화강에 36억 원, 대전천에 1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국토부는 현재 예산 및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안명균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통일된 계획 없이 부처별, 지자체별로 각각 하천을 복원하다 보니 같은 강의 상·하류 모습이 다르고 예산이 낭비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효율적인 환경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기준도 애매해

환경부와 지경부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법안에 대해서도 맞부닥쳤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녹색성장기본법은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을 자동차가 1km를 달릴 때 140g 이하(환경부 기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 자동차 업계와 지경부가 “산업계에 미치는 규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료소비효율 1L당 17km’ 기준을 포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자 녹색성장위가 논의 끝에 지난달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 녹색성장위는 2가지 기준 중 자동차 회사가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이산화탄소, 메탄 등 모든 온실가스가 대상이 되지만 연비 기준으로 하면 이산화탄소양만 대상이 된다.

한국기계연구원 정용일 무저공해 자동차사업단장은 “미국은 온실가스와 연비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도록 하는 등 국제적으로 환경규제가 더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과 달리 기업이 유리한 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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