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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7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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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어제 새벽 임진강 하류에서 평화롭게 주말 야영과 낚시를 즐기던 민간인 6명이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희생됐습니다.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아니었다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위기는 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불과 42.3km 떨어진 임진강 상류에 있는 다목적댐인 황강댐에 가둬두었던 물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방류하는 바람에 남한 쪽 하류의 수위가 갑자기 2배나 불어나는 바람에 발생한 겁니다.
북한이 왜 갑자기 황강댐 수문을 열어 엄청난 물을 흘려보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황강댐 보수나 정비를 위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임진강 수계의 북한 지역에 큰 비가 온 적이 없는 만큼 댐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 수문을 열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댐 보수나 정비 때문에 수문을 열어야 했다면 임진강 하류의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측에 통보했어야 합니다. 북이 그런 것도 하지 않으려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은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 죄도 없는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하고도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는 북에 그런 걸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남측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물을 방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물공격, 수공(水攻) 가능성입니다. 북의 의도가 이것이었다면 무력도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든 1997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 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 협약은 수로에 관해서 인접국가에 불리한 효과가 미칠 수 있는 조치를 할 경우 사전에 통보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을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임진강 북쪽에 두 개의 댐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들 댐에서 방류된 물 때문에 우리 측이 피해를 본 경우는 이번까지 모두 다섯 번입니다. 2005년 댐 방류를 사전 통고한다는 남북간 합의도 있었지만 북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북측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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