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장수만 둘중에 남을 사람은…아니면 둘 다?

  • 입력 2009년 8월 30일 17시 27분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장수만 국방부 차관의 거취가 이번 주로 예정된 개각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 중 누가 이번 개각에서 살아남을지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온갖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당초 장 차관은 이번 개각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됐다.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군 예산 효율화 임무를 띠고 국방부 차관에 임명된 지 이제 반년이 막 지났기 때문이다. 반면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임기를 1년 반 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교체 대상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 장관이 25일 청와대의 국방 예산 삭감 움직임에 반대하는 편지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보낸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장관이 편지에서 장관에게 보고 없이 청와대와 국방 예산 삭감을 독단적으로 논의했다는 이유로 장 차관에 대해 '하극상'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국방부 장·차관 인사에 대한 구상은 이 장관의 편지 한 통으로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장·차관 중 누구를 교체하더라도 마치 이번 편지 논란의 책임을 물어 바꾸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이 장관의 편지가 이번 개각에서 국방부 장·차관의 거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한 경우의 수는 4가지다. 두 사람이 모두 유임되거나, 두 사람 모두 교체되는 경우, 또 이 장관만 유임되거나 장 차관만 유임되는 경우 등이다. 군 안팎에서는 당사자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의 수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 전파하고 있다. 일종의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두 사람이 모두 유임될 것이란 전망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이 모두 유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모두 교체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장관의 유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장관이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한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결정권자인 이 대통령이 이 장관이 개각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 '플레이'를 했다거나 퇴임 후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 정도로 생각할 경우 유임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장관과 가까운 군 관계자는 "이 장관은 어떤 술수를 쓰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장 차관만 유임시킬 경우 군 조직 기강이 무너진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당초 구상이야 어찌됐건 편지 논란이 불거진 마당에 하극상을 벌인 부하는 살리고 오히려 상관을 교체하는 것은 군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장 차관을 옹호하는 측에서도 장 차관이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와 국방예산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차관에 임명된 장 차관이 청와대와 이 장관 사이 이견을 조율하려고 애쓴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청와대에 낸 국방예산안 관련 서류도 '국방부' 명의가 아니라 '국방차관 장수만'으로 낼 정도로 나름 조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철학을 전파하고 군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보낸 차관을 장관과의 단순한 의전상의 마찰 때문에 경질한다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저런 논란을 모두 피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교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장·차관을 편지 한 통의 논란 때문에 모두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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