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DJ 추종자, 추태 부리는 일 없길”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8월 19일 11시 36분



김동길 교수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동길 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 생존 당시 '북한에 돈 준 사람은 투신자살해야 한다'고 비난했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19일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인생무상을 느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에게 착잡한 심정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며 "가히 파란만장한 삶"이라고 추모했다.

그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사로서 반정부 운동에 일선을 담당하는 가운데 박정희 후보에 맞서 싸우는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도 했다"며 "일본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교동 자택에 돌아왔다는 소식에 자택으로 달려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추억했다.

그는 "사수 끝에 1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을 뿐 아니라 덤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며 "17대 대통령 자리를 반대당인 이명박 후보에게 빼앗긴 것은 상심할 만한 일이었겠지만 험한 정치판에서 전투마다 몽땅 승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나는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을 논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어른이 가고 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교수는 6월 25일 "남한에서 북으로 간 달러가 핵무기 개발을 도운 것이라면 그 돈을 가져다준 사람은 마땅히 뒷산에 올라가 투신자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김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 전인 16일에는 "정계 인물, 재계 인물들이 줄을 지어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찾는 까닭을 나는 헤아리기가 좀 힘이 든다"며 유력 인사들의 문병 목적에 의구심을 표했다.

다음은 김동길 교수의 글 전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에게 착잡한 심정과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합니다. 더욱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이제 평화롭게 그 생이 막을 내렸으니 당장에 할 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가히 파란만장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불우한 젊은 날을 보냈을 것이고 해방 직후의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괴로운 젊은 날을 보내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 뒤에 정계에 발을 들여놓고 결코 순탄한 나날을 보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군사정권 하에서 야당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김대중 씨는 민주화 투사로서 반정부 운동에 일선을 담당하는 가운데 박정희 후보에 맞서서 싸우는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에 갔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배에 실려 망망대해를 헤매던 중에 바다에 던져져 고기밥이 될 뻔도 하였지만, 천우신조로 살아서 동교동 자택에 돌아올 수 있었고 그 소식을 듣고 자택으로 달려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던 그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한국 민주화 운동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호남 사람들의 우상이 되어 한국 정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정치적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번번이 대선에 패배하여 청와대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앙앙불락의 삶을 강요당하기도 하였고 내란 음모죄로 사형언도를 받은 적도 있었고, 사형만은 면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 워싱턴에 가서 망명 생활을 살아야 했던 억울한 세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수 끝에 대한민국의 1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을 뿐 아니라 덤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노무현 씨의 뒤를 이은 17대 대통령 자리를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에게 주지 못하고 반대당인 이명박 후보에게 빼앗긴 것은 상심할 만한 가슴 아픈 일이었겠지만 험한 정치판에서 전투마다 몽땅 승리한다는 것은 좀처럼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나는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을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른이 가고 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입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