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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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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들이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이르면 다음 주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인적 개편 때문이다. 청와대에 잔류하려고 하는 쪽은 특정 인사의 교체 불가론을 쏟아내고 있고, 신규 진입을 추진하는 편에선 기존 참모진 쇄신 필요성을 여러 경로를 통해 흘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선 외부 여건상 인사를 늦추거나 교체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해 자칫 인적 쇄신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데다 북한 문제, 정기국회 임박 등 외부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기 식 인사를 하기보다는 일에 맞춰 사람을 쓰는 스타일”이라며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지금 중폭 이상의 개편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특정지역 소외론을 차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지역 안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호남이나 충청 등 비영남권 인사들의 청와대 잔류 내지 추가 기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교체가 유력하다고 알려진 일부 인사들이 갑자기 잔류로 결정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 내 핵심 보직의 후임자로 비영남권 인사들이 집중 거론되기도 한다. 이번 주 초 청와대 개편 시안이 제출됐지만 이 대통령이 수정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나돈다.
최근 이 대통령이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통령의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언그룹이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과 만난 사람이 이번 개편 때 청와대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대통령 휴가 때 전직 수석비서관 A 씨 가족이 동행했다거나, 지금껏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던 B 씨가 최근 대통령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다는 얘기가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내용이 조금씩 다른 비서진 개편 시나리오들이 떠돌고 있는데 특정인이 본인의 잔류를 위해서, 혹은 청와대를 떠나더라도 더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가 임박하면서 여러 얘기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들에게 “다른 사안은 생각하지 말고 평소대로 일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인사와 관련한 잡음을 일부러 만들지 말라는 강한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