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단순 실수로 越境한 선원 이제 돌려보내라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북한이 실수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오징어 채낚기 어선 ‘800 연안호’와 선원 4명을 6일째 억류하고 있다. 개성공단 근로자 A 씨는 128일째 붙잡아놓고 우리 측에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문명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인권 유린으로 ‘민족끼리’를 말할 자격도 없다.

남과 북은 지난달 30일 상대방 어선의 월경(越境)에 대해 상반된 행태를 보였다. 연안호는 속초 어업정보통신국에 무선으로 “배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고장 나 복귀하던 중 북한 경비정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북한 경비정은 29t급 소형 어선이 NLL을 넘은 경위를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선과 선원들을 끌고 갔다. 반면 우리 해군은 그날 서해 NLL을 넘어온 북측 어선을 나포하지 않고 되돌아가도록 배려했다. 북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사실을 확인하고 북 경비정의 NLL 침범까지 묵인하면서 예인을 허용했다. 그러니 북한의 연안호 억류는 상호주의 차원에서도 과잉 조치다.

남북은 최근 몇 년간 실수로 월경한 상대측 어선을 조기에 돌려보내는 인도적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우리는 기관 고장 등으로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 6척을 당일 또는 하루 뒤 모두 송환했다. 작년 2월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어로작업을 하다 연평도까지 표류해온 북한 주민 22명을 당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북한도 2005년 황만호를 끌고 갔지만 사흘 뒤 선박과 선원을 송환하겠다고 통고하고 6일째 되는 날 약속을 지켰다. 남북 모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런 조기송환 관례에 따라 양측 어민들을 도와줘야 옳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연안호 나포 사실을 전하면서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고 주장하고, 해당 기관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PS 고장으로 발생한 단순 사건의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릴 까닭이 없다. 북한이 시간을 끌수록 나쁜 의도를 가진 비인도적인 처사로 비칠 뿐이다.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우리 해군 문무대왕함은 올해 5월 4일 해적선에 쫓기던 북한 화물선 다박솔호를 구해주었다. 우리 해군은 국제적 공헌 차원뿐 아니라 동포애 차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폈다. 북이 연안호를 빨리 돌려보내지 않으면 은혜도 모른다고 세계가 손가락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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