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입학사정관제 임기말 100% 전형”에 교육계 당혹

입력 2009-07-28 02:50수정 2009-09-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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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라디오-인터넷 특별대담을 녹화하고 있다. 27일 방송된 이 대담에서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8·15 특별사면,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 제공 청와대
“예고 기간만 3년 필요… 미션 임파서블”
“실무 준비조차 없이… 대입 자율화에도 역행”
이주호 차관도 “사정관제 속도조절 유의할 것”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제20차 라디오 연설에서 국정 현안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이 바로 ‘임기 말 입학사정관제 100% 도입’ 다짐. 이 대통령은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에 가까운 입학사정을 그렇게(입학사정관제로) 하지 않겠느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사정관제의 속도가 아니라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일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교 현장에서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기자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에이, 설마요.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하며 “그럴 리가 없다. 미션 임파서블이다”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

그러나 이 대통령의 ‘100% 입학사정관제 입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사흘 전 충북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발언이다.

이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입시 선진화라는 평소 교육 신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특정 지역에서 과외를 받아 좋은 대학에 가는 현실을 비판해 왔고 잠재력을 보고 우수 인재를 뽑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강조해 왔다. 정부도 대학 입시에서 성적 비중을 낮추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수를 줄이는 등 공교육 변화를 추구해 왔다. 교과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날 오후 설명 자료를 내고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반응이 많다. 성적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고, 제대로 안착되면 중고교 교육 과정을 선진적으로 바꾸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학사정관제가 전체 입학 전형의 한 ‘과정’일 때만 설득력이 있다. 모든 대학이 정원의 10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입 제도는 수험생의 준비 기간을 감안해 3년 이상의 예고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3학년도에 이 같은 방안을 적용하려면 당장 올해 입시안 윤곽을 발표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입학사정관제 본격 확대의 원년으로 삼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인원은 전체 정원의 6% 정도. 3년 만에 이를 100% 정도까지 확대하는 것은 ‘거의 혁명적인’ 변화다. 이런 중대한 변화를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정책 부서의 실무 준비조차 없이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질적인 제약도 많다. 입학사정관제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확신을 갖지 못한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통령의 발언이 대입 자율화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입 자율화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올해 교육 당국이 입학사정관제 확대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도 대학가에서는 ‘예산 지원을 미끼로 입시를 간접 규제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입학사정관제 전면 확대를 밀어붙이면 대통령 스스로 여전히 ‘관치 입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교육 당국과의 조율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담당하는 교과부,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이미 사교육 정책에서 여러 차례 당정청 간 불협화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은 27일 교과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입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주도해야 한다”면서 “입학사정관제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의 의중을 묻는 질문에는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신 것 같다. 대학이 100%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李대통령의 입학사정관제 발언

―“성적순으로 잘라 들어가는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수능 성적이 안 좋아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2월 12일, 서울 덕성여중 방문 현장)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려면 입학사정관이 자신 있게 입시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4월 28일, 청와대 주요 대학 총장 간담회)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대학 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지금 1학년 학생이 사회에 나오는 시절에는 완전히 세상이 바뀔 것이다.”(7월 24일, 충북 괴산고 방문 현장 )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7월 27일, 제20차 라디오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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