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훈수’ 박근혜 치켜세운 민주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이강래 “합의처리 해답 제시”

친박 “합의처리는 원론적 발언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 정치권에 미묘한 기류를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가 ‘합의처리’를 강조한 점을 부각하며 그를 치켜세웠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언급이 당론과 다르게 읽히는 것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참으로 박 전 대표는 모든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이 원하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다”며 “이 문제(미디어법)를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한나라당에서도 그런 태도로 임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의 방송사 소유 지분 조항과 관련해 ‘한 언론사의 시장점유율을 신문, 방송을 통틀어 30%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높이 평가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의 언급이 당론과 다르지 않다”며 당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불만을 터뜨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도) 미디어법과 관련해 여야 간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것을 지난 6개월 동안 보지 않았느냐”며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는 이번 임시국회에 미디어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박 전 대표가 ‘합의처리’를 강조한 대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자칫 결정적인 국면에서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시간을 좀 더 들이더라도 합의처리를 위해 조율이 가능한 안을 놓고 논의하자는 원칙적인 언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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