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 盧전대통령 분향소 철거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보수단체가 부수고 구청서 잔해 치워
경찰 “재설치 불허”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세워진 지 한 달여 만인 24일 완전히 철거됐다. 이날 새벽 보수단체 회원들이 천막 등을 파손했고 이후 서울 중구청이 잔해를 치워 분향소가 사라졌다.

24일 경찰과 서울 중구청, 분향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반경 검은 제복과 군복 차림의 50여 명이 분향소에 몰려와 천막 8개와 내부 집기 등을 부순 뒤 달아났다. 당시 분향소 관계자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어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분향소 관계자들은 “주변에 경비를 서던 경찰 60여 명이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행동본부 및 고엽제전우회가 자신들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없앴다고 밝혔다. 오후에 중구청이 직원을 동원해 분향소 잔해를 치웠다. 이 과정에서 분향소 관계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폭력을 휘두른 분향소 관계자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분향소가 이미 파손돼 잔해만 있는 상황이어서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분향소 관계자들은 새로 분향소를 만들어 노 전 대통령의 49재인 다음 달 10일까지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차벽 등으로 막아 천막 등 필요한 기물을 들여오지 못했다. 분향소 관계자들은 “경찰을 공권력 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이 자리에 분향소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원래 불법 시설물이었고, 시기도 많이 지난 만큼 분향소 재설치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혀 충돌이 우려된다.

한편 분향소 철거를 경찰이 도왔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은 “이른 새벽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현장에서 경찰들이 혼란을 겪었을 뿐이며 분향소 철거를 주도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조사하기 위해 소환통보했다”고 밝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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