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스위스 베른, 3남매가 왔다, 북한에서…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김정일 딸 ‘예정’도 유학

오빠 정운과 함께 생활”

차남 정철, 국제학교 다녀

최근 스위스의 수도 베른 시를 감싸고 있는 인구 100만 명의 베른 주(州)에 기자들이 몰리고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세 자녀 정철(28) 정운(26) 예정(22) 등이 1990년대 중반 유학했던 흔적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낮 정운이 다녔다는 베른 주 쾨니츠 구의 힐데스가르트슈트라세의 리베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학교에는 잔디구장, 인조잔디구장 등 2개의 축구장이 있고 정운이 좋아했다는 농구장도 보였다. 이 학교와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헤스구트 공립초등학교가 붙어 있었다. 헤스구트 초등학교는 정운의 여동생 예정이 다닌 학교로 알려져 있다.

두 학교에서 나와 정운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집에 가보았다. 거리는 불과 200m였다. 연립주택단지 내 3층 벽돌집이었다. 비교적 깨끗한 이 벽돌집에서 정운은 여동생과 함께 산 것으로 전해진다. 벽돌집에는 다섯 가구가 살고 있었다.

쾨니츠는 베른 교외의 검소한 중산층 동네다. 정운이 산 집 뒤쪽은 벨뷔(좋은 전망)라고 해서 전망이 좋고 전원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결코 부자동네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운에게 쾨니츠 지역은 북한인들의 주된 생활공간인 무리바이베른과는 10km나 떨어져 있어 편안한 기분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무리바이베른 지역에는 정철이 다닌 베른국제학교(ISB)와 북한대사관이 가까이 붙어 있다. 북한대사관 직원 자녀들도 모두 그곳 공립학교를 다닌다. 무리바이베른에서 정철에게는 항상 보디가드가 따라다니고 메르세데스벤츠로 통학했지만 쾨니츠에서 정운은 보디가드도 없이 자유롭게 학창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측은 15일 김 위원장의 3남 정운이 이 학교에서 유학했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보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그가 김정일의 아들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운이 학교에 다닌 것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날 페터 부리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교장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쾨니츠 구의 우엘리 슈투더 교육장은 “북한 국적의 학생이 1998년 8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이 학교에 재학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으나 “그 학생은 북한대사관 외교관의 자녀로만 등록됐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그가 김 위원장의 아들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슈투더 교육장은 “그 학생의 등록카드를 보관하고 있지만 개인정보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며 “사진 역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른=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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