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창초교 후배 어린이들 추모 편지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모교 후배들의 헌화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의 초등학교 후배인 경남 김해시 대창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이다. 26일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는 대창초등학교 어린이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모교 후배들의 헌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의 초등학교 후배인 경남 김해시 대창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이다. 26일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는 대창초등학교 어린이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학교 와 꼭 안아주셨는데 오늘은 많이 슬픕니다

하늘나라서 지켜보세요”

“1학년 때 우리 학교를 방문해서 악수도 하고 꼭 안아 주셨던 일도 기억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슬픕니다. 왜 돌아가셨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우리 학교를 내려다보시고 제가 훌륭하게 자라는 것도 보세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대창초등학교 3학년 2반 담임 이동탁 교사는 25일 아이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학교 선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아이들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놀라움과 슬픔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이 교사에게 “대통령 할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셨느냐”, “바위에서 다리를 삐끗한 것이냐”고 묻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슬픔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25일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 쓰기’ 시간을 마련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나둘 써내려갔다. “학교에 심어 주신 나무를 보며 대통령님을 생각할게요.” “우리 학교를 나오신 게 너무나 자랑스러웠는데 왜 그렇게 가신 건가요?” “오래 사시면 좋았을 텐데….” 하얀 국화를 그리는 아이도 있었다.

문혜성 군(9)은 “지난해 운동회 때도 만났고 봉하마을에 놀러갔을 때도 만났던 대통령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 너무 놀랐다”며 “엄마가 슬픈 날이니 어두운 색을 입고 가야 한다며 검은 옷을 챙겨 줬다”고 말했다.

대창초등학교는 봉하마을에서 승용차로 약 20분 거리. 이 학교의 35회 졸업생인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학교에 소나무를 기념식수하고 2008년 5월엔 운동회에 참석하는 등 모교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운동회 축사에서 “나는 초등학교 운동회 때 열심히 겨뤘지만 꼴찌 또는 꼴찌 앞이었다”면서 “진 사람도 다음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긴 친구를 축하해 주고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양숙 여사도 이 학교의 37회 졸업생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온 노 전 대통령을 만난 데다 봉하마을로 소풍을 간 적도 있어 노 전 대통령을 아주 친숙하게 느끼고 있었다”며 “그래서 더 놀란 것 같다”고 전했다.

김해=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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