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주에 뜬 박사모를 어찌할꼬”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방치땐 표 걱정… 비판땐 역풍 우려

친이(親李·친이명박)계와 친박(親朴·친박근혜)계가 맞붙는 경북 경주 재선거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선거 지원을 놓고 한나라당이 고민하고 있다.

박사모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6일부터 친이계 핵심인 정종복 후보 낙선 운동과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 당선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정수성 후보의 선거연설원으로 등록해 “정수성 후보에게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며 지지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박사모 회원 수백 명도 선거 기간 경주에 머물며 유세장 바람잡기와 전화 돌리기를 통해 정수성 후보를 밀겠다는 태세다.

박사모는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인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전여옥 의원 등을 타깃으로 낙선 운동을 했다. 박사모의 움직임은 실제 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와 정종복 후보 측은 박사모의 움직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박사모를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경주는 친박 정서가 강해 자칫하다간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종복 후보는 이런 민심을 고려해 최근 박 전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과 친박계 의원들은 “박사모 움직임은 박 전 대표 뜻과 무관하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우리가 박사모를 컨트롤하려 한다면 이후 박사모의 모든 행위를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자발적인 조직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른 한 의원은 “우리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니 고맙기도 하다. 박사모가 돕고 있다는 사실이 정수성 후보 측에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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