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1년… 299명 선량들 ‘구태 365일’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정권교체… 경제위기 세상은 변했건만

정쟁… 폭력… 점거… 그들은 안변했네

9일은 18대 국회의원 299명을 뽑은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국민은 10년 만의 정권 교체와 최악의 경제위기 등 나라 안팎의 환경 변화를 맞아 어느 때보다 생산성 높은 국회를 기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여야 모두 구태의연한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치와 파행=18대 국회는 출발부터 파행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말 임기 시작과 함께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가 ‘쇠고기 시위’에 가담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마저도 쇠고기 문제와 연계해 국회 개원이 82일이나 늦어졌다. 국회가 열린 뒤에도 국민은 실망했다. 여야는 대화와 타협 대신 폭력과 비방으로 허송세월했다. 쇠고기 문제와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건으로 국회는 두 번이나 국정조사를 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느라 제대로 된 결론도 못 내렸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도 재연됐다. 여야는 당초 12월 1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4대 강 살리기 사업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어 민주당은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했고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정을 강행했다. 급기야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가 동원된 국회 최악의 물리적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

외신은 국회 폭력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올 들어서도 국회 폭력은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의 폭력으로 팔이 부러지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활극을 벌였다. 18대 국회 들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의원은 18명이나 된다.


▲동아닷컴 이철 기자

▽내부 분열과 반목=여야의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한나라당의 친이(親李·친이명박), 친박(親朴·친박근혜) 간 갈등은 위태로운 수위다. 양측은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경주 재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서로를 더욱 경원시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양측이 손을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열린우리당과 옛 민주당 간 갈등,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계보와 386그룹 간 반목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던 1년이었다”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자유시장 경제를 확고히 뿌리내리게 하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의석수만 믿고 자만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에 서글픔을 느낀다”며 “한나라당은 총선 1주년을 맞아 의회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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