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박근혜, 黨위해 재선거 유세 나서줘야”

친박 “검토 안해…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중심으로 “4·29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위해 나서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에 앞장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측의 한 초선 의원은 18일 “경북 경주 재선거에 (친이 핵심인)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하고 그 대신 인천 부평을에는 박 전 대표 측 인사를 공천한 뒤 박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서면 전북 전주 2곳을 제외하고 울산 북구 등 3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류 측의 다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재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독대해 실질적인 당 화합 분위기를 다지면 6월 국회 이후 한나라당이 확실하게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며 “잘하면 이번 재선거를 정국 돌파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번 재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현재로선 지원 유세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지원 유세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친이와 친박(친박근혜) 간의 ‘어정쩡한 동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직이 없는 박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설 명분이 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경주 재선거에 자신의 특보를 지낸 육군대장 출신의 정수성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박 전 대표를 곤란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친박 성향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한다면 경주만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재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할 경우 자칫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당내에서는 그가 선거 날까지 언행을 신중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이 진영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친박 성향의 다른 의원은 “장차관 자리 하나 안 주고 인사도 주류 측에서 독점하면서 필요할 때만 박 전 대표를 찾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