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국회’…여야 이견 적은 경제법안마저 상임위서 ‘낮잠’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다들 어디 가셨나? 국회는 11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경한 법무부 장관 등을 불러 ‘용산 참사’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했지만 오후가 되자 대다수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 안철민 기자
다들 어디 가셨나? 국회는 11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경한 법무부 장관 등을 불러 ‘용산 참사’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했지만 오후가 되자 대다수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 안철민 기자
민주,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대화불응 전략

‘2월국회만 넘기면 재보선정국’ 계산한 듯

“매일 법안 심사” 별렀던 한나라도 무대책

국회 16개 상임위원회 중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여서 2월 임시국회가 공전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회엔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 중 합의 또는 협의 처리키로 한 핵심 법안 27개가 해당 상임위에 아예 상정도 안 된 상태다. 또 이들 법안을 포함해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모두 2230여 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여야 간에 이견이 적은 경제 관련 법안도 많지만 일부 법안을 제외하고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상임위는 ‘올 스톱’

대다수 상임위는 2일 임시국회 개회 이후 제대로 된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이 신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용산 참사 관련 긴급현안질의 등을 이유로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핵심 쟁점인 미디어 관계법을 처리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민주당이 쟁점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공청회나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반쪽 공청회에 그치고 있다. 20일 열릴 예정인 전체회의에서도 이미 상정된 비쟁점 법안만 의결할 계획이다.

‘복면 착용 금지법’,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환수법’ 등의 쟁점 법안이 있는 행정안전위는 19일로 예정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1주일가량 상임위를 열지 않는다. 쟁점법안 상정 여부는 20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다.

법제사법위에선 9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여야 간사가 합의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지시로 회의가 취소됐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의 제한적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이른바 ‘떼법 방지법’ 등은 상정도 안 됐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이 쟁점인 교육과학기술위도 민주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아 2월 국회에서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지난해 말 외교통상통일위에 우여곡절 끝에 상정됐다. 한나라당은 4월까지 시간을 두고 이를 처리하겠다는 태도다. 북한인권법은 민주당이 “대안입법을 내놓겠다”며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상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나마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분리 관련법을 처리해야 하는 정무위가 비교적 순항 중이다. 정무위는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공청회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법안 심사 일정이 회기 막판에 잡혀 있고 민주당이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처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쟁점법안의 상임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 민주 지연전략, 속수무책 한나라당

민주당은 19일까지는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 논의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20일 이후 상임위가 본격 가동되더라도 발언권을 얻어 법안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이른바 ‘필리버스터’ 전술을 구사할 방침이다. 2월 임시국회만 넘기면 4월 재·보궐선거 정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른바 ‘MB 법안’ 저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개회 전부터 “긴급현안질의와 대정부질문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에 속수무책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지 않다.

○ 2월 법안 처리 불투명

20일부터 상임위별로 법안을 상정해 법안 심사를 하더라도 27일과 3월 2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법안 심사→상임위 통과→법사위 통과’ 절차를 마무리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정안전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상임위별로 합의된 의사일정을 보면 법안심사소위가 하루나 이틀 예정돼 있는데 민주당이 이런저런 빌미로 합의를 거부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말 임시국회 때와 달리 직권상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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