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韓청장 사퇴로 의혹 끝난것 아니다”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7분


단서는 全 前청장 부인 발언뿐

자칫하면 미궁에 빠질 가능성

전군표(복역 중)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15일 사의를 밝힘에 따라 한 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16일에도 공식적으로는 “첩보조차 수집하고 있지 않다”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대부분 ‘진상 규명은 검찰의 책임’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청와대가 수사 요청과 함께 그동안의 내사 자료를 넘기기 전까지는 검찰 스스로 수사 착수 여부를 거론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수사를 의뢰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고 그림의 상납 여부와 인사 청탁 뇌물인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는 만큼 한 청장의 사퇴만으로 의혹을 잠재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 착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사 청탁과 함께 한 청장의 부인이 그림을 가져왔다’는 전 전 청장 부인의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수사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사 청탁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전 전 청장과 한 청장이 그림을 주고받은 사실부터 부인하고 있어 자칫하면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문제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인사 청탁 뇌물이라는 부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검찰로서는 결국 ‘면죄부 주기’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이 이번 의혹 수사에 나섰다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학동마을’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리혐의가 발견될 수도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그림 상납 의혹 외에 한 청장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른 의혹도 함께 수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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