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먼저 비준하면 美비준 도움”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일부 주요 인사와 미 경제계에서 최근까지 ‘한국이 먼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좋겠다’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전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먼저 한미 FTA 비준을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은 미 의회 일각이나 민주당 싱크탱크에서 줄곧 해 오던 얘기”라고 말했다.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도 통화에서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이 먼저 FTA를 비준해 주면 (미 의회의 비준에) 도움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최근까지도 수차례 전달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런 요청은 한국 국회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하면 미 의회가 ‘국가 간의 신뢰’ 문제 등을 앞세워 자동차업계 등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훨씬 수월하게 한미 FTA를 비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정부의 고위 통상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대선 전에 오바마 후보 측에서 그런 사인을 보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 측이 후보 시절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견해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인의 비서실장 내정자인 램 이매뉴얼 미 하원의원이 올여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레임덕 세션(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열리는 의회)에서 빨리 비준을 하자’는 의견을 개진한 적은 있다”면서 “오바마 당선인 측 인사라고 해서 전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오바마 당선인 측이 당선 후 한국 정부에 비준동의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먼저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면서 “지금 어떻게 오바마 당선인 측에서 정리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본부장도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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