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식량원조 지지하지만” 외부서 배급 감시해야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인권을 위해 용감히 일하는 탈북자들이 받아야 할 영광을 대신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수전 솔티(49) 미국 디펜스포럼재단(DFF) 대표는 3일 본보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감사했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매달려온 지난 12년간을 되돌아봤다.
―디펜스포럼은 중국 소련 쿠바 망명자 문제 등에 주로 관심을 갖다 1996년부터 북한 인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상이 한국 정부나 단체로부터 받는 첫 상인가?
"그렇다. 사실 1999년 탈북자 관련 회의 참석차 한국에 처음 갔을때는 한국 정부도 환대해줬다. 당시엔 한국 정부 및 주미대사관의 많은 훌륭한 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었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본격화하고, 이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한국 정부가 가장 많이 관여해야할 문제인데 가장 적게 관여해왔고 침묵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때도 탈북자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어줬고 나의 일을 인정해줬다."
숄티 대표는 이 대목에서 "이번 수상은 그들(탈북자들)을 영예롭게 해준 것이며 나를 계속 진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내가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엔 변화가 느껴지는가.
"이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데 고무됐다.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침묵은 북한 주민에게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르완다에서 100만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북한에선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세계가 2000명의 미얀마 정치범에 대해 얘기하지만 북한은 2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 매일 수많은 인명이 수용소에서, 그리고 기아로 쓰러져 가고 있다. 이것은 학살이고 '진행 중인 홀로코스트'다. 최근 수년간 김정일 정권은 포커스를 핵문제에 맞추게 했고, 세계는 그가 어젠다를 주도하도록 해줬다. 이제 더 크게 인권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일부 진보진영에선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 정권이 더 문을 닫아걸고, 결국 북한 주민의 고통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은 10, 20년전엔 타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햇볕정책으로 시험해 봤지 않은가. 결과는 실패였다. 햇볕정책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더 많은 북한주민이 죽었다. 얼마나 더 많은 주민이 죽어야 인권탄압을 중단시킬 것인가. 주민의 고통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더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김정일 정권을 압박해 갑자기 붕괴하면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소프트 랜딩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햇볕정책이 그런 방향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정한 소프트랜딩은 북한 주민이 그들의 목소리를 찾고 김정일에게 압력을 가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서는 것이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소프트랜딩이다. 그동안 (한국이나 미국이) 해온 것은 김정일을 어떻게 달래 현상유지를 하느냐였다. 북한 주민에게 무엇이 최상인가를 토론해야한다. 북한주민에게 좋은 것은 한국과 미국에도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가장 절박한 인권 이슈는 무엇인가.
"식량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식량 원조를 절대 지지한다. 하지만 식량 배분이 북한 정권에 의해 조작될 우려가 있다. 북한 주민들이 실제 식량을 소비하는 걸 외부에서 볼 수 있어야 한 다. 그리고 우리는 심지어 정치범 수용소 폐쇄 같은 기본적 인권 사항 조차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민주, 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는데.
"차기 정부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한의 인권 향상을 위해 협력해 갈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주고 북한자유주간에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숄티 대표는 2004년 '북한자유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워싱턴에서 매년 봄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해왔다.
―요즘 주로 어떤 일에 초점을 두나.
"탈북자 지원을 주로 한다. 미국 의회와 여론지도층에 북한 상황을 교육시키는 것도 주요 업무다. 자유북한라디오방송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100% 운영하는 이 방송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질 것이다."
숄티 대표는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직접 편지를 쓰는 '미국으로 부터의 편지'란 새 프로그램을 지난달 1일부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12년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물이 있다고 보나.
"실망스럽지만, 북한 인권상황은 나아진게 거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많은 이가 알게됐고 이해가 높아진 것은 성과다. 탈북자를 미국에 처음 데려올때 의회, 국무부 등의 반응과 지금은 달랐다."
숄티 대표는 유럽 안보 전문가인 남편과 사이에 세 아들을 두고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한 아내와 엄마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다. 디펜스포럼은 상근자 2명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는 작은 비영리 재단으로 재정은 다른 재단과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충당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수전 숄티는 누구
2004년 ‘북한인권법’ 美의회 통과 주도
수전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DFF) 대표는 1996년부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1999년 4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데 기여했고 상원 법사위원회, 하원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등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과 중국 내 탈북자들의 고통에 대해 증언했다. 2003년에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미 의회 증언을 성사시켰으며 2004년 북한인권법 통과, 2005년 북한자유주간 행사 등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알렸다. 디펜스포럼재단 외에도 그는 미국 내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대를 창립했으며 북한인권위원회의 이사 겸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