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 ‘심대평 총리說’ 미묘한 기류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이회창 “제의 없었다는데 왜 자꾸”

심대평 “당론보다는 국가가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15일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 두 사람이 심대평 선진당 대표의 총리 등용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 대표 총리설에 대해 16일 이 총재와 심 대표는 모두 “제안 받은 바 없다”고 말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온도 차가 있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총리와 관련한 제의는 없었다”면서 “왜 그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선진당 입각설에 대해 그동안 “저희 당은 논외로 해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부정적 태도를 취해 왔다.

이 총재는 회동 후 심 대표 총리 제의설이 있었는지 묻는 의원들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절대 없었다는데 왜 자꾸 묻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심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비공식으로든 공식으로든 총리직을 제안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당에 반대 의견이 많은데 당론과 국가이익 중 무엇을 우선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과 역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당이 있는 것이다”고 말해 총리 제의가 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선진당 내부에서는 심 대표의 총리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심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경우 야당으로서 정부 비판을 할 수 없게 되는 데다 이명박 정부와 견해를 달리해 온 한반도 대운하, 수도권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해 입장을 취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당 내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 책임을 같이 지게 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지기반인 충청지역에서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자 당에서는 청와대가 심 대표의 총리설을 언론에 흘려 당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단지 세력합산에 불과한 보수대연합에 근거한 ‘심대평 총리론’은 본질을 외면한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거국내각 제안을 한 뒤, 선진당에 장관 제안을 하는 등 진정성을 보일 경우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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