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수입 추가조치 긴박했던 24시간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與 의총 → 靑 긴급회의 → 국정원장 독대 → 긴급 브리핑

《3일 오전 전격 발표된 정부의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중단 요청’ 카드는 하루 전 같은 시간만 해도 청와대에서조차 거론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2일 오후 늦게 정부가 쇠고기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를 유보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무슨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하루가 지나 이는 현실화됐다.

2일 오전 8시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정례 회동에서는 개각 등 쇠고기 민심 타개책이 논의됐지만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이 시간 정부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의 대상과 폭이 최대 관심이었다.

쇠고기 재협상론에 불을 지핀 것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였다. 상당수 의원은 “정부가 재협상 못할 이유가 뭐냐”며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고,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의총 중간에 정부 측과 접촉해 3일로 예정된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 청와대 참모들도 재협상 건의

비슷한 시간, 청와대에서는 서서히 “인적쇄신만으로 민심이 잠잠해지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부 대통령수석비서관과 참모들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재협상 또는 유사한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특히 촛불집회가 6월 13일로 예정된 효순, 미선양 6주기와 맞물려 자칫 반미투쟁으로 번지면 한미 양국에 모두 불행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하자는 의견이 2일 오후부터 집중적으로 개진됐다”고 말했다.

○ 며칠 전부터 미국과 물밑 접촉한 듯

이 대통령이 쇠고기 문제의 정면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50분가량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대책회의와 보고에 참석하면서 이런 조치가 본격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이혜민 한미 FTA 교섭대표를 불러 구체적인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비슷한 시간,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장관 고시 관보 게재를 국정쇄신책 발표 이후로 미루고 △대통령이 직접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서면 보고를 통해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2일 오후 7시경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유보 요청 사실을 밝혔고 여권을 중심으로는 ‘재협상론’ ‘미국과의 물밑 접촉론’이 급부상했다.

정부 당국자는 “정 장관 발표 전후로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 카드에 대해 설명했다”며 “‘쇠고기 문제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며칠 전 미국 측에 전했고 양국이 물밑에서 조율을 벌여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 정부의 의사를 전한 뒤 다음 날인 3일 오전 7시 반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중단 요청’ 카드를 공개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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