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제는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공기업 사장들, 연봉만큼 일하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대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친일 문제, 남북관계, 국제 원유가격 상승, 공기업 개혁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간담회에는 지관(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엄신형(기독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희중(천주교) 주교, 최근덕(유교) 성균관장, 이성택(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민 화합 차원에서 균형 있게 봐야”=이 대통령은 친일 문제와 관련해 “국민 화합 차원에서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미당 서정주 선생의 후손들이 (친일 논란 때문에) 생가를 매각해 빌라를 지으려던 것을 서울시가 사들여 복원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인데…, 잘못은 잘못대로 보고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런 저런 과거사 청산 관련 위원회 분들이 주로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다. 과거사 관련 위원회 정리를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 대한 대폭 정비 방침을 시사했다.
▽“김정일 위원장 못 만날 일이 뭐 있느냐”=남북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는 신뢰를 회복했으니 북한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해 신뢰를 회복하면 된다”면서 “남북관계를 정상궤도에 갖다 놔야 하며 진정성과 민족애를 갖고 가슴을 열고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도 돕는데 동족끼리 돕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총리와 올해에만 5번을 만나는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못 만날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 다만 지금까지는 저쪽에서 욕하면 쫓아가서 욕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원칙을 갖고 하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절감 운동과 공기업 개혁= 이 대통령은 “IMF 때는 금융위기였지 곡물 가격 상승은 없었다”며 “(지금처럼) 곡물 가격이 2, 3배나 오른것은 근간 역사에 없었다. 기름값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가고, 미국도 금융위기에 있다”고 현재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설명했다. 또 “에너지 절감을 해야 하나 정부가 나서서 법이나 규제로 하는 것은 맞지 않고 옛날 발상이다”면서 “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일부 공기업 사장들이 연봉으로 9억, 10억 원씩 받는다고 하는데 (그 회사가) 그만큼 효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놀라움을 표시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공기업 실상이 공개되면 국민이 충격을 받고 비판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