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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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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4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협의 요청에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미 행정부에 권고했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위기관리 대책(contingency plan)을 한미 양국이 면밀히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워싱턴·뉴욕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여한 ‘뉴 비기닝스(새로운 출발)’ 그룹은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각계 인사들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이날 미 행정부와 의회에 이 같은 내용의 정책 권고서를 보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재검토가 대북(對北) 억지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해 올 경우 긍정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와 새로운 미 정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 수립을 검토하는 것을 지지하며, 북한체제의 붕괴 같은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를 발전시키자는 한국의 제안에도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은 작계 5029가 한국 정부의 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논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논란과 관련해 이 보고서는 “미 의회가 미군 재배치 이전 비용 예산을 증액해야 하며,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역시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한미 양국이 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 정부는 한국이 한미동맹 지지와 국가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의 신기욱 소장은 “내년에는 한국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정책보고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 비기닝스’에는 신 교수와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국무부 차관, 스티븐 보즈워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소장, 찰스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특사,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동북아정보팀장, 빅터 차 전 백악관 보좌관,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한국정부에 주는 조언
14일 발표된 ‘뉴 비기닝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 강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비록 정권 말이긴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남은 9개월 동안 한미관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부시 대통령과 논의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차기 정권에서도 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건강한 한미동맹 관계가 지속되려면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한미관계가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이 오직 부시 대통령만을 만나러 미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를 지낸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단기적인 ‘국익’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재의 투자는 결국 보상을 받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장소가 캠프 데이비드라는 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개인적 유대를 특히 중시하는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한 것은 이 대통령을 ‘친구’로 인정한 것이며 그 자체로 한미동맹의 복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이번 회담을 단순히 한미동맹 복원의 상징적인 의미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전략대화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해결 등 현안이 많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어 회장은 이번 보고서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새로운 백악관의 주인이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 궁금해할 만한 모든 정보를 담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이번 참여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머코스트 전 차관도 “과거 한미관계에서 미국 정부가 임기 첫 해에 정책 재검토를 위해 시간을 허비했던 일이 잦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