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과반수’ 17대 한번뿐
올해 총선은 이슈도 없고 쟁점도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대선 이후 4개월 만에 치러지는 탓에 기존 이슈가 어느 정도 정리된 탓도 있지만 야당이 무기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총선은 어땠을까.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실시한 13대 총선에서는 유정회나 전국구 우선 배정 등 ‘여당 프리미엄’이 없어지면서 집권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이 125석(41.8%) 확보에 그치는 여소야대 정국이 전개됐다.
14대 총선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에 대한 심판론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안전기획부 직원이 서울 강남을의 민주당 홍사덕 후보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살포하다 적발됐고, 군 부재자 투표 부정폭로 사건까지 터졌다.
15대 총선은 상대적으로 이슈가 빈약했다. 여권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 등으로 인해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선거를 맞게 돼 제 1야당인 국민회의가 10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총선 일주일 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3일 연속 무장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판세가 뒤집혔다. 신한국당은 139석으로 그런대로 선전했고 국민회의는 79석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16대 총선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선거를 주도했다. 후보자들의 납세 실적과 병역, 전과 기록 등이 이슈화됐다. 지역구 출마 현역의원 207명 중 40%가 넘는 86명이 떨어졌다.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탄핵 역풍’에 힘입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152석)을 확보함으로써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 국회가 열렸다.
선거 막판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 폄하 발언을 해 여당의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이미 ‘황색 바람’이 전국을 뒤덮은 뒤였다.
역대 총선 결과와 쟁점 | |||
시기 | 정당별 의석수 및 의석 비율 | 핵심 쟁점 | |
여당 | 야당 | ||
13대(1988년) | 민주정의당125석(41.8%) | 평화민주당 등174석(58.2%) | 5공 비리와 지역주의 |
14대(1992년) | 민주자유당149석(49.8%) | 민주당 등150석(50.2%) | ‘3당 야합’ 심판론, 부정선거 시비 |
15대(1996년) | 신한국당139석(46.5%) | 국민회의 등160석(53.5%) | 북한군 비무장지대 병력 투입 등 ‘북풍’ |
16대(2000년) | 한나라당133석(48.7%) | 민주당 등140석(51.3%) |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 |
17대(2004년) | 열린우리당152석(50.8%) | 한나라당 등147석(49.2%) | 탄핵 역풍 및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 |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