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간접시인마저 거부… 다시 꼬이는 核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 北 외무성 UEP 의혹 부인

북한의 28일 외무성 담화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과 시리아의 핵 협력에 대한 의혹을 ‘간접적으로라도’ 시인하라는 미국 측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UEP와 시리아의 핵 개발에 도움을 줬느냐의 문제는 북핵 신고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북한이 ‘과거사’를 인정하느냐가 앞으로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할 만한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북한은 두 가지 의혹에 대해 수차례 부인해 왔으나 이번 담화는 14일 북-미 제네바 회담 이후 북한 지도부의 ‘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온 공식적 의견으로 풀이돼 향후 6자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14일 북-미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간접 시인 방안에 대해 합의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해 북한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또 26일(현지 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인내가 다해가고 있다”라고 한 것에 대해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잘못은 북한에 있는 것이 아닌 (없는 것을 보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미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이번 담화는 향후 좋지 않은 전조가 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UEP 등을 또다시 부인함으로써 이를 돌이킬 길을 끊은 것 아니냐. 이러면 미국 국내 정치상 미국도 양보만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북한은 오늘 공식적으로 (진행된 협의에)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며 “모든 논의가 제자리로 왔다는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담화가 북-미 협상 과정의 일부이므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도저히 우리는 시인할 수 없다’고 미국을 위협하는 한편 ‘다른 해법을 내놓으라’고 공을 넘겼다는 것이다.

또 미국 정세로 보아 8월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마감 시간’을 준 것에 대해 “협상을 하면 할수록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태도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하면서 그런 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아쉬운 것은 미국’이라는 뜻을 전달해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6자회담의 판을 깨겠다는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향후 협의 과정을 통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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