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민 머슴 역할 잘했나 돌아보라”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재정부 업무보고 자리서 ‘공직 철밥통’ 경고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철밥통’으로 인식돼 온 공직사회를 향해 ‘책임’과 ‘변화’를 강조하며 강도 높은 경고를 쏟아냈다.

정부 부처의 첫 번째 업무보고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머슴)다”라며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은 힘들어도 여러분(공무원)에게는 봉급이 나간다. 1조 원 들어갈 사업에 2조 원, 3조 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고 불안해할 사람도 없다”면서 “이런 정신으로 세계가 경쟁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재정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은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도 신분이 보장된 여러분(공직자)은 위기 때나 아닐 때나 같은 자세다”면서 “새 정권에서는 ‘회사가 부도나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와 관련해 “법 핑계를 대지 말고 공직자들의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 공장을 하나 지으려면 30개월 이상 소요된다. 시뮬레이션 기법 등 선진기법을 도입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공직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지방의 한 공항에서 해외 골프 관광객들의 짐이 많아 비행기가 제때 이륙하지 못했던 일을 소개하며 “서민들은 50원, 100원에도 민감한데 이런 일이 있다니 해외 토픽감이다. 관광대국을 만들려면 관광을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살아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 고속도로 요금소를 방문한 경험을 들며 “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사무실에 직원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더라. 차라리 무료로 통과시켜 주면 사무실 유지비나 직원 급여는 절약되는 것 아니냐”며 예산 집행의 낭비요인 제거를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노총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 박미석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대독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지난날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 실용의 자세로 협력하고 ‘투쟁과 대립’에서 ‘상생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노사 간 자율협상은 최대한 보장하며 법과 원칙은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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