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짧고 굵게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2분


“소모적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

“사법부 뜻 존중” 이례적 언급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른 분야와 달리 정치 분야는 원론적인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다만 현재까지의 ‘여의도 정치’가 소모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규정하고 실용주의 관점에서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마크인 ‘탈여의도’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에 있는데 (지금까지)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가 변하지 않고는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는) 국가의 발전 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고, 민생고를 덜어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며 “이것이 실용 정치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용 정치로의) 길은 멀어 보이지만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 소모적인 정치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자”며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하자”고 여야 정치권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부조직 개편 협상 과정에서 통합민주당의 계속된 반대에 결국 조각 명단 발표라는 카드를 꺼내든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민주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되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 및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 국회와 협력하겠다”며 협상과 논의는 언제든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각종 위헌 논란을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 정쟁을 유발하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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