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김창원]자원외교, 韓‘패키지’와 中‘제트기’ 차이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지난해 1월 말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카메룬 수단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8개국 순방에 나섰다. 후 주석의 뒤에는 100여 명의 중국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따라다녔다.

당시 아프리카의 한 신문은 마치 ‘대형 선단(船團)’처럼 아프리카를 방문한 후 주석 일행을 보고 ‘중국이 몰려온다. 이제 미국과 유럽을 버려야 하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후 주석 일행이 풀어놓을 선물 보따리에 그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 주석은 순방 과정에서 아프리카 33개국에 대한 채무 탕감과 3년간 30억 달러의 우대차관 제공이라는 ‘화끈한 선물’을 선사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아프리카의 알짜 유전과 광산 여러 개를 챙겼다.

요즘 중국은 국가수반이 직접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원 사냥에 나서는 이른바 ‘제트기 자원외교’로 재미를 보고 있다. 후 주석이 챙기지 못한 지역은 원자바오 총리가 나서는 등 자원 확보에 관한 한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중국 최대 국영회사인 중국석유가 확보한 원유 매장량은 230억 배럴에 이른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 기업들이 확보한 전체 원유 매장량 22억5000만 배럴의 10배를 넘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자원외교, 특히 ‘패키지 자원외교’를 강조한다. 자원개발과 함께 도로, 발전, 플랜트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종합세트’로 묶어 개발도상국의 사회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제시하는 선물 목록은 대규모 차관과 인력 지원 중심이다. 반면 한국이 내놓을 선물보따리는 신도시 건설. 플랜트 건설, 발전소 건설. 정보기술(IT) 교육, 경제발전 교육 등 좀 더 다양하다. 빈곤과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에 드라마틱한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도 개발도상국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컨소시엄이 14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4개 유전 탐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새 정부의 자원외교가 첫 결실을 이룬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갈수록 자원 및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중국의 ‘제트기 자원외교’ 못지않게 한국의 ‘패키지 자원외교’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

김창원 산업부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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