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기준안’확정…“전봇대 안 빼면 책상 빼겠다”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의 경제 규제 건수에 비례해 공무원 수를 감축하기로 한 방침에는 규제 완화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규제 중에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아 인원 감축과 규제의 총량을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부처는 규제비례 감축제에 반발하고 있어 인수위 안이 다소 후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규제 인력 줄여 규제 완화 유도

인수위가 행정자치부에 설치한 정부기능 조직개편 추진단은 규제비례 감축제에 대해 “정비가 필요한 규제를 담당하는 인력을 먼저 감축하면 조직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규제를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관련 제도를 만들거나 현장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감소하면 규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인수위와 추진단이 마련한 이번 조직 개편 방안은 부처나 규제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규제 건수만을 기준으로 인원을 줄이도록 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현재 건설교통부의 규제 건수는 692건으로 전체 부처 가운데 가장 많다. 이어 보건복지부(582건), 금융감독위원회(472건), 재정경제부(412건), 환경부(365건) 등의 순이다.

경제 부처인 건교부 금감위 재경부 등은 ‘경제 규제 50건당 1% 감축’을 기준으로 한 인수위의 감원 기준에 따라 대규모 감원의 한파를 맞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부처 당국자는 “인수위가 제시한 방안이 너무 융통성이 없다”며 “규제를 풀거나 인원을 사전에 많이 줄이면 규제 건수에 비례해 감축하는 규모를 줄이도록 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규제의 효과와 비용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지 규제의 총량만을 문제 삼는 건 또 다른 형태의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6845명 감원

인수위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대통령실을 제외한 중앙부처 공무원 6845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규제비례 감축제를 적용하기 전 단계인 중복인력 감원에서는 정부 부처들을 통합할 때 겹치는 부서의 인력을 대폭 줄이는 과정이 핵심이다.

대규모 부서와 소규모 부서를 합칠 때 소규모 부서 인력의 65∼75%를 줄인 채 통합하는 방식이다. 다만, 통합 부서의 정원을 이런 방식으로 정하는 것이지 소규모 부서 인력만을 감축하는 건 아니다.

직급별 감축 인원이 소수점으로 계산되면 해당 직급의 감축 인원은 소수점 이하를 버린 채 산정하고 소수점 이하 인원은 아래 급수 조정인력으로 넘어간다. 5급 감축 인원이 4.1명이라면 5급은 4명만 줄이고 나머지 0.1명은 6급 조정 인력을 산정할 때 합하는 방식이다.

또 부서를 통합하면서 같은 직위가 중복될 때는 1개 직위를 폐지하되 상대적으로 낮은 직위를 우선 없애도록 했다. 예를 들어 2개 부처의 총무과장을 하나로 합칠 때 A부처는 직위가 부이사관이고 B부처는 서기관이라면 부이사관 직위를 남기는 것이다.

이런 계산 방식에 따라 통합 후 전체 공무원 중 고위 공무원의 비율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

○규제전담조직 둬 규제 개혁 일상화

인수위가 마련한 조직설계방안 부문에서는 기존 법무담당관의 핵심 업무를 규제 개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간이나 기관 간의 법적 분쟁을 부수 업무로 하고 부처에 산재해 있는 규제들을 수시로 확인해 개혁하는 작업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의 정책홍보관리관실이 정책기획관실로 변경되고, 홍보담당관이 장관 직속의 대변인으로 바뀌는 등 현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홍보 시스템이 전면 개편된다. 이어 부처 내 흩어진 6∼12개 과를 하나로 묶는 대국(大局)제를 도입해 실장이나 본부장이 대국을 책임지도록 했다.

현재 정부 소속기관으로 돼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단계적으로 공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이번 조직 개편 기준을 통해 사실상 확정됐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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