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전 비서실장, 로비의혹 김흥주와 '형님아우' 사이

  • 입력 2007년 3월 7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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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킨 김흥주(58) 삼주산업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실장은 7일 서울 서부지법 형사 11부 장진훈 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1999년 비서실장으로 취임하기 전후부터 김씨를 알고 지내면서 김씨로부터 '형님'이라고 불리고 김씨를 '흥주야'라고 불렀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전 실장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4월까지 김 씨에게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사무실 운영비 1억75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공직자 인사청탁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한 전 실장은 김 씨를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몇 차례 만난 것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음식점, 호텔 등에서도 만났다고 말했다.

한 전 실장은 김 씨가 사무실 운영비를 대납한 경위에 대해 "권노갑 선배가 분명히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이었고 후배들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일어났다"며 "그런 분위기에서 김흥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후에 김흥주가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실장은 김흥주 씨에게 사무실을 마련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공직자 인사청탁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흥주 씨는 이어진 공판에서 2000년 비서실장 공관에서 한 전 실장에게 이수일(2005년 사망) 감사원 사무총장을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하는 등 공직자 인사청탁을 했다고 시인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사무실을 빌려주고 비용을 대준 것은 사실"이라며 "가까이 지내는 한광옥 실장이 박양수 의원을 통해 부탁해와서 승낙했고 공무원 청탁도 했는데 대가보다는 평소 친분 관계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2001년 김 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시도를 도운 대가로 김 씨로부터 2억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중회(58)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금고대표에게 김 씨를 소개한 것은 이근영 당시 금감원장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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