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권여당의 경제정책이 시장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노력했으나 무력감 속에서 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견해와 방향을 당 지도부에 제시했으나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국회 바닥이라도 뒹굴며 막아내고 싶었지만 체면 때문에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으로 정계 입문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던 정 의원은 대학교수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다음 주면 결국 열린우리당이 쪼개지는 게 확실하다. 망가져서 나가는 것보다 지금 나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그의 ‘분석’대로 열린우리당에선 집단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합신당파인 양형일 최규식 전병헌 주승용 채수찬 우윤근 유선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탈당 시기와 방식을 논의했다. 양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나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탈당을 결정한 의원 수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정족수(20명)를 이미 넘어섰다”고 했다.
탈당 시기만 남았을 뿐이라는 얘기다. 일요일인 4일이 ‘거사일’로 검토됐으나 귀향활동 의원이 많다는 이유로 다음 주 초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서 일부 의원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개진해 집단탈당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 등 일부 재선 의원과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만나 열린우리당의 2·14 전당대회 이전에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동시에 탈당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을 방문한 정동영 전 의장도 “전당대회 전에 탈당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의 사퇴로 노동부 고용평등국장 등을 지낸 신명(61·여) 우리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이 의원직을 승계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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