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의원 “한나라 문 두드리는 與의원 있어”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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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철새 도래지가 아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끝까지 난파선을 지켜라.”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이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사정이 어려운 데다 정계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일부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쐐기를 미리 박은 것이다.

전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는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기는 춥다고 파고드는 안방 아랫목이 아니다. 만약 그런 분들을 받아들인다면 누가 춥고 배고플 때 당에 충성을 다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의 해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뜻을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면 난파선에서 최후까지 선장으로 남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전 최고위원은 회의 후 통화에서 “한나라당으로 오고 싶어 하는 열린우리당 의원은 12, 13명 정도 된다”며 “심지어 ‘나는 한나라당과 정체성이 같은데 여당에 있으려니 괴롭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전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뜬금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으로 ‘이적’을 저울질하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어차피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의원들이 각자 이념적 색깔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길 의원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에 이런 여당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10여 명은 ‘OK’ 사인만 떨어지면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며 “다음 대선과 총선의 승리가 불투명하고 열린우리당과 이념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의원들이 탈출구를 찾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는 외연 확장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 대선 승리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는 ‘선별 수용론’과 철새 정치인을 받아봐야 당 이미지만 나빠져 손해가 될 것이라는 ‘수용 불가론’이 맞서고 있다. 대다수 의원은 기존 지구당 책임자들과 새로 들어오는 의원들이 지역구를 놓고 다투게 돼 새로운 분란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과거 정치 공작이 난무하던 시대에 주로 쓰던 ‘아니면 말고식’ 발언이 되살아났다”며 “복잡한 여당 상황을 틈타 제1야당 최고위원이 근거 없는 소문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갈 곳과 가서는 안 될 곳을 가릴 줄 아는 새들은 그렇게 부패하고 오염된 곳(한나라당)에 둥지를 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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