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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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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준(61·사진) 현대아산 사장은 요즘처럼 봄을 간절히 기다려 본 적이 없다. 봄이 와서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야만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달로 8주년을 맞았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 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금강산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
현대아산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임직원의 급여와 상여금 일부의 지급을 유예하기로 했다.
윤 사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계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오른쪽 벽면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왼쪽에는 큼지막한 금강산 전경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 속 고인들이 금강산을 바라보는 구도였다.
경영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궁금했다.
“내년 상반기면 금강산 골프장이 문을 열고 내금강 관광코스도 개방됩니다. 이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홈쇼핑이나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관광객을 늘리는 방법도 찾고 있습니다.”
북한과 사업할 때 어려운 점을 물었다.
“속을 끓일 때가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체제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시장논리를 강요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말이 반드시 안 통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느긋하게 결정하는 북측을 상대하려면 좀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금강산 관광객이 줄면 북한의 수입도 줄게 된다. 지금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북측도 관광사업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어요. 최근 관광버스가 남측 출입사무소까지만 운행하고, 북측으로 넘어갈 때는 별도의 셔틀버스를 이용하도록 해 줬습니다. 기존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금강산까지 들어갔는데 이 경우 남측으로 나올 때까지 영업을 할 수 없어 손실이 컸거든요.”
비상경영 체제 속에서 임직원의 동요는 없을까.
“2001년, 2002년에도 상여금 지급을 유보한 적이 있었지만 나중에 모두 지급했어요. 어떤 직원은 ‘나중에 다 받을 건데요’ 하더군요. 믿고 따라줘 고마울 뿐입니다.”
현대의 대북사업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추진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에 지원한 돈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군비증강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논란과 함께 기업 경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이제 8년 된 사업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은 남북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지 않을까요. 대북사업은 특수한 의미를 지닌 만큼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종합적 득실을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딛고 일어서 수익성도 확보하고 남북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윤만준 사장 약력
-1945년 서울 출생
-1964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0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4년 현대중공업 입사
-1989년 현대전자 법제부 부장
-1996년 현대전자 기획실 상무
-1998년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단 전무
-1999년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본부장
-2001년 현대아산 상임고문
-2005년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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