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협상회의 무산… 교착정국 타개 난항

  • 입력 2006년 11월 27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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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정국 현안을 타개하기 위해 전격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가 27일 한나라당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교착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여당과의 사전협의 없이 정치협상회의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한 여당 지도부의 반발 기류가 예사롭지 않아 가뜩이나 불편했던 당·청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여권은 전효숙 인준안 처리를 놓고 진퇴 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협상회의를 단호하게 거부하기로 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밝혔다.

강재섭 대표는 회의에서 "대통령이 처리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면 순식간에 물꼬가 트이고 나머지는 국회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정치협상회의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전효숙 후보자, 이재정 통일장관 후보자,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 후보자 등과 KBS 정연주 사장의 임명을 철회하면 국회에 계류된 쟁점법안은 단숨에 협상이 가능하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이 정치협상회의를 거부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가 '전효숙 임명 철회'라는 협상카드를 제시하고 다른 쟁점들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경우, 실익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청와대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한나라당에 촉구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청와대가 여당과 사전 협의 없이 정치협상회의 구성을 일방적으로 제안하고 나선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근태 의장은 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만약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거부한다면 정치적 계산 때문에 타협을 거부하고 파행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한길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의 정치협상회의 제의는 국정운영의 어려움에 당면해 고민 끝에 내린 결단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장은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정례회동 등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 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의 발언은 25일 열렸던 당·정·청 4인 회동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가 다음날 청와대가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고 나선 일과 최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출자총액제한제도, 부동산 정책 등 주요 국정 현안을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중진의원은 "이번 제안도 얻는 것은 없고 속내만 내보인 카드"라며 "야당과의 대화 채널도 없는 상태에서 제안이 나왔고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전효숙 인준안 처리와 관련해 여당은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선택하거나 한나라당의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30일 본회의에서 재차 인준안 상정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으나, 또다시 국회 파행사태가 재연되면 내년도 예산안과 사법·국방개혁안등 주요 입법까지 막히게 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쪽이 청와대인 만큼 그쪽에서 풀어야 한다. 당에서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며 사실상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청와대가 제안한 정치협상회의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만을 참여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2의 대연정 구상에 불과하다"며 등을 돌리는 바람에 여당으로서는 전효숙 인준안을 비롯한 주요 현안 처리에 있어서 소수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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