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후보자 주초 자진사퇴”…“더 이상 고집해봐야…”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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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정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6일 “정국 정상화를 위해 ‘전효숙 카드’를 더는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한명숙 국무총리,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 당정청 4인 수뇌부 회동을 하고 전 후보자의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26일 본보 기자를 만나 “전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정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우상호 대변인도 이날 “25일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서 전 후보자의 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본회의가 전효숙 문제로 다시 파행을 빚을 경우 여야가 합의처리하기로 한 국방개혁안과 다음 달 9일까지 처리하기로 한 새해 예산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청와대 측에 전 후보자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효숙 카드’ 포기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명 철회’보다는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 철회라는 법적 절차가 없는 데다, 지명을 철회하면 청와대가 임명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이고, 이는 곧 전 후보자에게 헌재 재판관직을 그만두게 한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권이 전 후보자를 계속 고집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29일까지 계속 협의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29일이 지나도 임명동의안이 합의 처리될 가능성은 없다. 설령 전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임명된다 해도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과 정연주 KBS 사장 임명 강행,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의 행정자치부 장관 내정 등에 따른 ‘코드 인사’ 논란으로 정국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청와대가 전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 본회의 표결 처리를 시도할 조건을 마련해 주든지, 임명이 정 부담스러우면 자진사퇴를 종용하든지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 후보자 문제는 여당이 수용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여러 경우의 수를 청와대가 고민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전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자택에서 칩거하며 간간이 주말을 이용해 남편인 이태운 광주고법원장이 근무하고 있는 광주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 후보자와 가까운 법조계 인사는 “전 후보자가 자신의 거취 문제로 국정운영에 부담이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판단에서 청와대에 자진사퇴 등에 대한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기한 위헌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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