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식 정치실험, 태풍이냐 미풍이냐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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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민심 대장정’ 76일째인 13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강원 원주시의 한 김치공장에서 배추를 다듬고 있다.
‘100일 민심 대장정’ 76일째인 13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강원 원주시의 한 김치공장에서 배추를 다듬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대선 주자 경쟁에서 ‘한참 떨어진’ 3위였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꾸준하게 오르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그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실질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손 전 지사는 대선판도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심 대장정에 대규모 동참=남경필 정병국 임태희 박찬숙 의원과 서울 경기지역 당원협의회장 등 한나라당 관계자 20여 명은 16일 강원 홍천군에서 진행된 손 전 지사의 ‘100일 민심 대장정’에 동참했다. 몇몇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민심 대장정에 개별적으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런 대규모 동참은 처음이다. 손 전 지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대에 머물던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에 육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이 2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상승세가 이어져 10% 선에 이른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이다.

국회 출입기자, 국회의원 보좌관, 중소기업인 등 이른바 손 전 지사를 알 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가 대통령후보 1위에 뽑힌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는 ‘정치 쇼’냐, 진정성 있는 새로운 정치 시도냐 하는 논란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민심 대장정이 어느 정도 진정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때가 되면 바람이 불 것”=손 전 지사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민심 대장정 76일째이던 13일 강원 원주시의 한 김치공장에서 그를 만나 지지율 상승 등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손 전 지사는 “지금은 지지율로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가을이 됐으니까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면 수확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대해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답을 알 수 있다”며 “정도(正道)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는 일일이 수첩에 적었다. 손 전 지사는 “얼마 전 탄광 인부들과 똑같이 막장에 들어가 8시간 반 동안 일하고 나오니 나를 대하는 인부들의 태도가 달라지더라”며 “노동은 마음을 여는 도구”라고 말했다.

체험 장소는 주로 지인(知人)이 추천한 곳 중에서 선발대의 사전 답사를 거쳐 정한다.

▽“개혁 없으면 정권도 없다”=잇따른 골프 파문과 각종 현안에 대한 ‘엇박자’ 대응 등 당내 문제 해법에 대해 손 전 지사는 “누가 당의 얼굴이 되느냐가 중요한데 결국 리더십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정권은 국민이 주는 것이지 가져오는 게 아니다”며 “서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개혁이 없으면 정권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문제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원주=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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