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안낸 이재용 건보이사장… 靑 “알고도 임명했다”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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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재용(사진) 신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소득세 탈루 및 건강보험료 미납 사실을 확인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문제는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이미 확인했던 사항”이라며 “그러나 검증 기준에 의해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전날 “이 이사장이 1988년부터 대구 중구 문화동에 과표 기준 2억2700만 원 상당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세를 탈루하고 건강보험료를 안 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 이사장의 임대소득세 탈루액은 검증 기준상 인사 불이익 대상이 아니고 임대사업자 미등록에 따른 건강보험료 미납부 문제는 액수가 미미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증 기준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자의적인 ‘고무줄’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에 대해선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최근 논란이 된 영상자료원장 공모 후보자들의 검증 과정에서 직장 내 불화와 여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까지 문제 삼아 탈락시키고도 정작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이 이사장의 건강보험료 미납 문제에 눈을 감은 것은 이중적 검증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조차 청와대의 자의적인 인사 검증 기준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건보공단의 경우 공공성이 강한 기관으로 (이사장 임명 시) 공익성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며 “그런데 (이 이사장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실이 있으면 국민에게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이날 “2004년 7월부터 장모가 임대를 하기는 했지만 경기 부진으로 임대가 지속적이지 못해 수입이 별로 없었다”며 “5·31지방선거 준비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신고를 하지 못한 점은 사실이며 6월 17일 관할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신고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日 2004년 각료 국민연금 미납땐…내각 2인자 등 사퇴▼

일본에서는 2004년 4월 유력 정치인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정치권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내각 2인자에 해당하는 관방장관과 제1야당 대표가 퇴진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국회에서 호된 질책을 받는 등 궁지에 몰렸다.

처음 미납 사실이 밝혀진 정치인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무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 장관 등 당시 현직 각료 3명.

더구나 이들 외에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 등 각료 4명이 보험료를 미납한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일본 국민의 분노는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의혹의 당사자 중 1명이었던 후쿠다 관방장관이 사태 수습을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또 고이즈미 정권을 맹렬히 몰아붙였던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도 과거 후생노동상으로 재임할 때 10개월 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대표직을 내놔야만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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