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실장 ‘회피’…李수석 ‘담담’­…楊비서관 ‘뻣뻣 ’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집중 추궁하자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 전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가운데)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집중 추궁하자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 전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가운데)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대통령비서실 인사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여야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대응했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회피’형이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넘어갔다.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도 많았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사유에 대해서는 “일일이 거론해서 말하긴 부적절하지만 부적절한 언행 언동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사실만은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적절한 내용이 무엇이냐”는 추궁이 이어졌지만 “부적절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식이었다.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비교적 차분한 답변을 이어갔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지 않았다. 이 수석은 운영위가 끝난 뒤 “그냥 담담하게 사실대로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 앞에 선 시간은 짧았지만 가장 격렬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은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 그는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나오면 오히려 말꼬리를 잡아서 반박하기도 했다.

대통령 행사와 관련해 삼성그룹에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 공식 사과를 한 일이 있지 않으냐는 의원의 질의에 “유감을 표명했지 사과는 안 했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국회 청문회에 얼마든지 응하겠다는 말을 한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글을 썼다. 질의는 좀 정확히 해 달라”고 ‘훈계’를 하기도 했다.

양 비서관의 이런 태도는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샀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운영위가 끝난 뒤 “바락바락 대드는 것이 꼭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연상시켰다. 왜 이 정부의 사람들은 국회에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장관이나 증인들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공세적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전 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을 똑바로 노려보며 “그 발언 사과하라”고 호통을 쳐 회의 파행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국민의 대표로서 발언하는 것이며, 정부를 비판하는 게 의원 본연의 임무라는 것을 유독 이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