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머리따로 손발따로…리더십 부재-열성부족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나라당은 14일에도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과 관련한 공세를 계속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국정감사에서 치열하게 밝혀내고 문화부 차관 경질 사건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상임위 개최와 청문회 요구,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등은 유 전 차관 경질 파문이 빚어진 이후 닷새째 되풀이되는 공세 메뉴. 하지만 정작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할 의원들은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어 지도부의 ‘입’과 의원들의 ‘손발’이 따로 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유 전 차관 문제를 논의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전날 구성한 당 자체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이계진 장윤석 정종복 의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진상규명 방안 등 알맹이 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13일 ‘진상조사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는 자료를 배포했으나 진상조사위원들은 이날까지 지역구에 머물면서 언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조사단장인 이계진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사단의 활동계획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16일 오후 첫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조사단은 14일 첫 회의를 하려 했지만 진상조사위원 중 2명이 지역구에서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유 전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나 문화부의 관련자를 직접 만나 진상을 파헤치겠다던 당초 호언과는 달리 아직 이들과의 면담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당 차원의 대책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유 차관 경질 파문과 관련한 언론 보도 외에 추가적인 자료 발굴 노력은 물론 진상조사단에 대한 당의 인력 지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관련 자료와 실무인력, 조사단 회의 등도 없는 상태에서 대(對)정부 성토만 앞세우고 있는 셈.

당의 한 관계자는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한 사실상의 청문회인 국회 교육위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비난을 자초한 게 불과 보름 전인데 이번에도 똑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호재를 잡고도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대선 주자가 아닌 강 대표의 리더십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의원들이 이회창 당시 총재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대여(對與) 공세에 온몸을 던졌다”며 “지금은 충성해야 할 대선주자가 당 중심에 없으니까 의원들이 열성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침묵하는 사안에 대해 의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야당이 주도해 온 국정감사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부실 국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당내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