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8년만의 리턴매치]최기선-안상수 후보공약 분석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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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선거는 열린우리당 최기선(崔箕善) 후보와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후보가 8년 만에 벌이는 ‘리턴매치’가 관심이다. 초대 민선 인천시장으로 1998년 재선에 도전했던 최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안 후보의 도전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 후보가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갖고 수성(守成)과 연임을 노린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吳然天 서울대 교수)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두 후보를 초청해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평가회’를 열었다. 평가회는 두 후보의 ‘3대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1차 서면평가를 한 뒤 후보별 심층인터뷰를 통해 2차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30일 후보로 선정된 최 후보는 짧은 준비기간 탓에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의 공약은 현실적이지만 미래지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평가회에서 만난 두 후보는 “후배가 일을 잘하고 있다”(최 후보), “선배님이 터를 잘 닦아 놓았다”(안 후보)고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김성진(金聖珍) 후보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서면평가만 했다.》

▼최기선 후보, 경제자유구역 구축 가능성은▼

최기선 후보는 인천에서 정당지지율 열세에 시달리는 열린우리당이 어렵게 영입에 성공한 ‘카드’다.

그로서는 2002년 인천시장직을 마치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간 지 4년만에 정계에 복귀하는 셈이다. 최 후보는 임명직(1993년)과 민선 1, 2기(1995∼2002년) 시장 등 10년간 인천시정을 이끌었던 경력을 내세우며 ‘인천통’이자 정통 행정가를 자부한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그는 통일민주당과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8년 정권교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당시 공동 여당인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꿔 인천시장에 재선했다.

그의 대표공약은 인천을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가단은 “이 법안은 지난해에도 상정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 등 실현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실현성 부분에서 53.33점의 저조한 평가를 내렸다.

장애인 복지종사자의 급여 및 수당을 현실화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평가단은 “복지종사자의 급여 및 수당을 현재 얼마에서 얼마로 올리고, 이를 위한 재원은 어떤 식으로 마련하겠다는 구체성을 담아야 좋은 공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형 뉴딜정책’을 추진해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은 지역 주민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했는지를 따지는 ‘반응성’ 면에서 73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현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 후보는 솔직하게 준비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정치를 재개하고 시장 출마를 선언하다 보니…”라며 “평가단의 지적을 충고로 받아들여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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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후보, 국제적 교육환경 조성 사업은▼

안상수 후보는 충남 태안에서 가난한 어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전문경영인, 국회의원, 인천시장에까지 오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우여곡절의 인생 역정을 겪은 그는 동양시멘트 부사장을 끝으로 전문경영인 생활을 마감하고 박찬종(朴燦鍾) 전 의원 ‘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9년 한나라당 후보로 인천 계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지만 1년 후 16대 총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02년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 경선에서 앵커 출신인 이윤성(李允盛) 의원을 누른 뒤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2004년 모 건설회사 대표에게서 2억 원이 든 굴비상자를 받은 바람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올 초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제물포 역세권 재생사업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연속선상에 있는 구체적 정책을 대표공약으로 제시해 실현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적인 우수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국제적인 교육환경 조성사업’ 공약은 국회의 입법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역량을 벗어나는 정책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또 ‘쾌적한 환경 만들기’ 공약의 경우 시정(市政)의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할 만큼 시급한지 의문이며, 그 실천 항목도 공원 조성에 집중돼 있어 전체적인 환경개선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효율성’ 면에서 64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안 후보는 “공원 외에도 5개 하천 정비사업과 항만 청소를 통한 바다 살리기, 오염이 심각한 10% 공장의 상시감시 등을 통해 쾌적한 대기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민노당 김성진후보 “자립경제 기반구축”▼

김성진 민주노동당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5% 선의 지지율을 보이며 열린우리당 최기선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재 민노당 인천시지부 부지부장과 연수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후보는 ‘자립경제 기반 구축, 활력 있는 경제인천’, ‘양극화 해소와 서민이 활짝 웃는 복지인천’,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교육 생태환경 문화인천’을 3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파인(FINE) 지표에 의한 평가 결과 이들 3개 공약의 실현성, 반응성, 효율성은 선두 두 후보에 비해 뒤졌다. 특히 재원 조달 방안과 공약 이행시기의 구체성 등을 평가하는 실현성 점수는 3개 공약 모두 20점대에 불과했다.

인천시장 선거에는 이 밖에 민주당 신경철(申景澈·인천시의원), 무소속 김진환(金鎭煥·유엔-동북아R&D연구원장) 이호성(李鎬成·부원중 운영위원) 후보도 도전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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