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난민인정 탈북자 6명 美 입국]사선 넘나든 6人 사연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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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탈북자 6명 중 5명(남자 1명, 여자 4명)이 지난달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관광 도중 찍은 기념사진. 신변보호를 위해 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 사진은 기독교 북한선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에서 공개했다. 사진 제공 국민일보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탈북자 6명 중 5명(남자 1명, 여자 4명)이 지난달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관광 도중 찍은 기념사진. 신변보호를 위해 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 사진은 기독교 북한선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에서 공개했다. 사진 제공 국민일보
5일 미국 땅을 밟은 탈북자 6명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2∼8년간 머물면서 인신매매 등을 경험했고, 그중 2명은 오누이로 밝혀졌다.

기독교북한선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가 7일 공개한 이들의 편지에 따르면 이들 탈북자는 대부분 배고픔을 못 이겨 국경을 넘었고 체포와 강제 북송, 재탈북을 되풀이했다.

함북 청진 출신인 나모(34·여) 씨는 고교 졸업 후 회령 구두공장에서 재봉사로 근무했으나 1990년대 중반 식량난이 극심해지자 직장을 그만두고 담배 장사를 하다 1998년 탈북했다. 이후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2001년 중국인과 결혼했으나 임신 8개월 때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뒤 2002년 12월 재탈북에 성공했다.

같은 청진 출신인 신모(20) 씨는 수재들만 다닌다는 제1고등중학교에 재학 중 1999년 기숙사를 빠져나와 이른바 ‘꽃제비’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탈북 경험이 있는 친구를 만나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3일 만에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기도 했다.

회령 출신인 신모(20·여) 씨는 쌀밥과 고깃국을 실컷 먹고 싶어 2001년 7월 두만강을 건넜지만 그해 10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다. 다시 두 달 만에 탈북했으나 중국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중국 돈 5000위안에 팔려 다른 남성과 강제로 결혼했다. 2004년 2월 또다시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가 올해 1월 재탈북했다.

신 씨의 오빠(32)는 인민군 3군단에서 근무하다 질병으로 제대했다. 탄광에 취직한 그는 1997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의 친척집을 다녀온 뒤 한국 노래 테이프를 소지한 혐의로 노동단련대에 수용됐다가 이듬해 5월 탈북했다. 2000년 1월 체포돼 북송됐지만 4개월 후 재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한 차례 더 강제 북송돼 고초를 겪다 2004년 3월 기적적으로 탈북에 성공했다.

청진에서 전화교환원으로 근무했던 한 여성(25)은 2004년 4월 탈북한 뒤 유부남인 중국인에게 팔려갔다가 달아났다. 평양에서 인민학교 교사를 했던 36세 여성은 딸의 운동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으로 장사하러 나섰다가 인신매매를 당했다. 이후 2년간 중국인의 부인으로 살며 아이까지 낳았으나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

이들은 중국으로 탈출한 뒤 몇 년 동안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千璂元) 목사의 도움으로 4월 3일 중국 남부지역으로 이동한 뒤 13일 동남아로 건너갔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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