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후보자 “과거정권-개인에게 恨 맺힌것 없다”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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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대한 아들의 보직 배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추궁하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의 질문에 양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대한 아들의 보직 배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추궁하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의 질문에 양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국회는 17일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한 후보자의 국정 수행 능력, 도덕성, 이념 및 사상 등에 대한 검증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대북관(對北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 후보자 대신 해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누구의 청문회인지 모르겠다”는 야당의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청문회는 18일까지 계속된다.

▽“총선 공약 미(未)이행”=한나라당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한 후보자가 17대 총선 당시 경기 고양 일산갑에 출마하면서 많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켜진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한 후보자는 “아픈 지적”이라고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한 후보자는 근무하지도 않은 박금자산부인과병원의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건강보험료를 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지역보험에 가입했어야 했는데 해당 병원장이 호의로 건강보험을 만들어 준 것을 받은 것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대북관 및 사상 논란=한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국과의 공조하에서 모든 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동시에 실천해야 하는 정부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하고 있다”며 “북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생계를 위한 인권적 지원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이 위조달러지폐를 제조했다면 국제적 불법 활동을 한 것이므로 반드시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1979년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 때 북한 방송을 청취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사건이 고문에 의해 조작됐음을 강조했다. 고문 얘기가 나오자 한 후보자는 “어느 정권이나 개인에게 한 맺힌 것은 없다”, “지난날의 어둠보다 밝고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청문회가 되기를 원한다. 말로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이 있었다. 그런 상황만 말씀드리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3년을 복역한 남편 박성준(朴聖焌)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당시 법원 판결문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며 “통혁당 사건은 실체는 있었다고 보지만 대학 서클을 하부 조직으로 붙인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다수당의 대표에 대해 적절치 않은 말이었다”고 말했다.

▽당적 이탈 및 공정선거 관리 논란=한 후보자는 열린우리당 당적을 이탈할 생각은 없다고 했으나 “5·31지방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 위기관리를 제외하고 선거 기간에 당정 협의나 공약 발표 등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자유개방국가로서 추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 맞춰 국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고 졸속 추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부대 배치 청탁 논란=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지난해 입대한 한 후보자의 아들 박모 씨가 지뢰병 주특기를 받았는데 여단장(준장)의 당번병으로 배치돼 집에서 10km 떨어진 부대에 배속됐다”며 보직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한 후보자가 “청탁한 일 없다”고 하자 주 의원은 “한 후보자가 총리로 인준되면 박 씨를 당번병으로 데리고 있는 여단장은 오히려 당번병을 모셔야 할 입장이 될지 모른다”며 “아들을 원래 주특기대로 지뢰병으로 보낼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주 의원이 군 복무할 때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본다”며 “요즘은 행정병이나 부속실 근무가 스트레스가 많아 이를 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은 “‘행정병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싫다고 답하는 지뢰병은 한 명도 없다. 한번 물어보라”고 대꾸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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