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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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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이 씨는 16일 오후 9시 56분경 범행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자신의 아파트에 귀가했다. 몇 분 뒤 부부 싸움이 시작됐다.
이 씨는 아내가 바람을 쐬겠다며 17일 오전 1시경 집 밖으로 나가자 뒤따라갔다. 그는 자신의 카렌스 승용차 조수석에 아내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다. 이들은 차 안에서도 말다툼을 계속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1시 반경 범행 현장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우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아내가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고 급히 차 뒷좌석에 탔다. 아내가 자신을 남겨둔 채 차를 몰고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범행=다툼이 다시 시작됐다. 이 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내가 사준 신발을 신고 바람 (피우고) 난리치고 다닌다’고 말해 홧김에 신발을 벗어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 차 뒷좌석에 있던 코트의 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아내의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숨진 아내는 주차단속원 김모(59) 씨에 의해 17일 오전 10시경 발견됐다.
이 씨 부부는 직장에서 금실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부부 싸움을 자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이 씨 부부가 지난해 말 2차례나 큰소리로 싸운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돼 경비실에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애정 및 금전 관계 등 다양한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범행 후=이 씨는 범행 현장 부근에 넥타이를 버리고 오전 2시 11분경 맨발로 자신의 아파트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오전 2시 반경 다시 외출했다 4분 뒤 귀가했다. 그는 오전 6시 21분경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장면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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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CCTV 화면을 확보한 경찰은 이 씨에게 행적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 씨는 자신의 행적에 대해 설명하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 씨가 알려준 곳에서 범행에 사용된 넥타이를 발견했다.
경찰은 숨진 이 씨의 아내에 대한 부검과 넥타이의 DNA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李씨 부부는 누구▼
이 씨는 서울 모 대학 85학번으로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아내 이모 씨는 같은 대학 90학번. 이들은 학생운동을 하다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이 씨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조순(趙淳)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조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자 서울시 홍보기획과에서 일했으며, 조 시장이 1998년 물러난 뒤 민주당에서 줄곧 홍보 업무를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운영관리실 총무국에서 일하다 2004년 총선을 즈음해 대변인실로 옮겨 지금까지 근무해 왔다.
이 씨 부부는 10여 년간 연애한 뒤 2003년 말 결혼했다.
한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씨는 평소 일처리가 상당히 꼼꼼했다”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내 이 씨가 근무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씨가 ‘우리 부부는 잘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의아해 했다.
청와대는 17일 이 씨를 직권면직하기로 했다. 직권면직 절차는 중앙인사위원회를 거쳐 다음 주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씨의 직속 상사인 양정철(楊正哲) 홍보기획비서관은 “이 씨가 범행을 자백한 만큼 별정직 공무원으로 계속 재직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이 씨가 현직을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직권면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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