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의 장관들 ‘보은’으로 기용했다 선거용으로 ‘차출’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3·2개각으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제3기 내각’이 사실상 출범했다. 취임 이후 3년간 노무현 정부에서는 19개 부처에서 57명의 장관이 탄생했다. 부처당 평균 3명의 장관이 재임해 평균 1년에 1명씩 장관이 바뀐 셈이다. 과거 정부처럼 서울대 출신 관료가 다수였지만 평균 연령이 낮아진 데다 지방대를 졸업했거나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한 정치인과 대학 교수들이 내각에 적지 않게 진출하는 등 세력 교체의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현 정부가 배출한 장관 57명의 프로필을 요약하면 ‘영남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한 55.8세의 관료’로 표현할 수 있다. 출신 지역, 출신 대학, 취임 당시 나이, 경력 등 4가지를 분석한 결과다.

노 대통령이 최고의 관료라고 칭찬한 적이 있는 박봉흠(朴奉欽)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이 평균치에 가장 가깝다. 이희범(李熙範) 전 산업자원부,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 장관도 근접한다.

현 정부 장관의 취임 당시 평균 연령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56.2세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58.9세에 비해 낮아졌다. 40대 장관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등 5명이며 50대가 40명, 60대가 12명이었다.

출신 지역별로는 영남이 21명(36.8%)으로 가장 많았다. DJ 정부 때 25.8%였던 영남 출신이 YS 정부 때(37%) 수준으로 ‘회복’됐다. 호남은 16명(28%)으로 DJ 정부(25.8%)를 포함해 역대 정부에서 가장 비율이 높다. 비영호남 출신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현 정부의 서울대 출신 장관은 30명(52.6%). 노태우(盧泰愚) 정부의 58.6%, YS 정부의 67.0%에 비해 적다. 지방대 출신 장관은 9명(15.8%)으로 역대 정부 중 비율이 가장 높다.

경력별로는 관료 출신이 23명(40.3%)으로, YS 정부 다음으로 많다. 정치인 출신(11명·19.3%)과 대학교수 출신(13명·22.8%)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지원했던 ‘코드’ 정치인과 교수들이 대거 기용됐기 때문이다.

대선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정치인은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 이상수(李相洙) 노동, 정세균(丁世均) 산자, 천정배(千正培) 법무,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 유시민 장관 등 8명. 자문 또는 지지 교수 출신은 윤덕홍(尹德弘) 전 교육부총리, 허성관(許成寬) 전 행정자치, 이종석 장관 등 6명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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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의 특징은

현 정부의 장관들은 2004년 4월 총선과 올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차례나 ‘징발’이 이뤄졌다.

2004년 총선 당시 김진표(金振杓) 전 경제부총리와 윤덕홍(尹德弘) 전 교육부총리, 권기홍(權奇洪) 전 노동, 한명숙(韓明淑) 전 환경부 장관이 여당으로 출마하기 위해 내각에서 차출됐다. 김 전 부총리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다시 교육부총리로 기용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 오거돈 해양수산, 이재용(李在庸) 환경부 장관 등 4명이 출마를 위해 물러났거나 바뀔 예정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관의 ‘선거 차출’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청와대도 상당 부분 이에 부응하고 있다.

이재용 환경,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 오거돈 장관은 열린우리당 열세지역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장관에 기용됐다. 대선자금 문제로 옥살이를 한 뒤 사면, 복권을 거쳐 지난해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던 이상수(李相洙) 씨는 1월 개각에서 노동부 장관이 됐다. 이들 장관에 대해서는 ‘보은(報恩)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 오거돈, 이재용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예정이어서 “장관 직이 선거 출마를 전후한 정거장이냐”, “장관 직이 선거 출마자 몸집 키워 주는 자리냐”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인물 키우기’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내가 몸담았던 정당은 영남에서 지지가 없다 보니 명망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인물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당내에서도 자연 소외된다”며 ‘경력관리용’ 장관 기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분야와 전혀 무관한 인사를 장관으로 발탁하는 ‘이종(異種) 교배’의 실험 장관도 탄생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씨를 교육부총리로, 역시 경제 관료인 오영교, 이용섭(李庸燮) 씨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 사례다.

한편 이번 개각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된 진 장관은 2003년 초 조각(組閣) 멤버로 임명돼 3년여를 재임해 최장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반면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는 2004년 1월 4일 임명 발표가 나자마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흘 만에 불명예 퇴진해 가장 단명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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