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한국인 비자면제 앞당겨야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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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 받으려다가 반미(反美)주의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깐깐한 비자 발급 규정 때문에 한국인의 대미(對美)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온갖 구비서류를 갖춰 신청한 뒤 여러 달 기다렸다가 긴 줄을 서서 어렵게 영사를 면접할 기회를 잡아도 거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발급하는 하루 평균 비(非)이민 미국 비자 건수는 평균 1800∼1900건으로 미국 해외공관 중 가장 많다. 경제활동, 친척 방문, 관광, 학업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이 비자 때문에 겪는 불편과 비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제7위 교역상대국으로 지난해 무역규모가 7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학부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 전체 유학생의 9.4%를 차지한다. 한국은 이에 상응한 대접을 미국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공화당의 제임스 모런 의원 등 하원의원 5명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 대해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한미 동맹관계, 이라크 파병, 한미 무역규모 등에 비추어 한국을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같은 비자 면제 대상 국가에 합류시킬 때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동맹 관리 차원에서 한국 인도 폴란드 체코를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비자 발급 면제 대상국이 되려면 비자 거부율이 3%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최근 미국대사관의 비자 거부율은 3.2%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미국은 27개 비자 면제 국가에 앞으로 생체인식 여권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도 일단 프로그램만 만들어지면 큰 장애가 될 것은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배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한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 국민에 대해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하고, 우리는 미국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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