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 ‘인적쇄신’ 타깃은]“대통령 앞 YES맨은 NO”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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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우리당의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당-정-청의 인적 쇄신 얘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인적 쇄신 대상 인사들을 항해 아예 ‘예스맨’이라고 불렀다.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대통령 말씀에 ‘지당하십니다’라고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쉽게 누구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내에서 터져 나온 인적 쇄신론은 일단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들고 나온 연정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 급급해 당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

그 다음으로는 청와대 참모진을 겨냥한 듯하다. 재야파인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에 국민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사람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야파 의원들은 그동안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불만을 많이 토로해 왔다. 당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요지다.

“당-정-청의 홍보가 뭐 하나 제대로 알려진 게 있느냐”, “정서적으로 청와대의 일부 과격한 발언이 있다”는 지적은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홍보라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희(兪承希) 의원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도 그렇고 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사람들로 채우지 말라”고 했다. 이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측근 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알려졌다.

이해찬 국무총리나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비판의 화살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재야파인 이석현(李錫玄) 의원은 이 총리의 뻣뻣한 국회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고,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사건과 관련해 “극좌파에 대해 우리 당은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비롯한 개혁당파를 지목한 발언도 나왔다.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기간당원제를 규정한 당헌당규도 문제다. 정당개혁을 하려면 다른 당에 가서 하라”며 유 의원을 정면으로 겨눴다.

이 때문에 이번 여권의 내분 사태는 당내 실용파와 개혁파 간 노선 투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유 의원은 29일 경남참여정치실천연대 창립총회에서 “연석회의 결정은 다수파에 의한 친위 쿠데타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논리 그대로다”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여당 의원 144명 가운데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의원은 몇 명이겠느냐. 아마도 원내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것이다. 28일 연석회의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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