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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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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열린우리당 율사 출신 의원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며 검찰의 반발 움직임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견해가 달라도 인권은 인권이다. 인권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이번 건도 그렇지만 얼치기, 소영웅주의로 날뛰는 사람을 다 구속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위반과는 상관없는 한승조(韓昇助)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친일 기고’를 예로 들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는 축복이었으며 위안부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글을 쓴 어느 교수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는데 그런 사람들 다 구속해야 하느냐. 내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다 나쁜 놈 죽일 놈으로 잡아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노 대통령은 이어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의 의미는 검찰의 국보법 사건 처리에 있어서 인신구속의 일반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것도 서면으로 당당히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고 역설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권력을 행사했다. 내가 명색이 법조인 출신 대통령인데 (국보법상 인권문제를) 한 번 정리하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검찰의 인식은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 집행이나 해석에 있어서 이견이 있으면 선출된 권력, 즉 정부 의견이 우위에 있는 것이다. 가치판단이 충돌되면 정부조직권을 가진 선출된 권력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력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 방침이 강 교수 처리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뜻을 거슬러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하려 하자 이에 쐐기를 박기 위해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일부 의원들은 “굳이 강 교수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노 대통령은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총장도 조직을 끌고 나가기 어려울 정도의 엘리트주의가 검찰에 있다”며 “그러나 검찰을 적대적 개혁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사상적 취향 문제로 접근하는데 수사지휘권과 사상적 취향은 별개의 문제다”라는 말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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