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용한 외교’ 뒤통수 맞아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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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옌타이(煙臺)의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모두 강제 북송시킨 것은 탈북자 처리에 관한 중국의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모두 18차례에 걸쳐 164명의 탈북자가 중국 내 각종 국제학교에 진입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으로 이송됐거나 이송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에게 특별한 문제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 국제학교에 진입했던 탈북자들과 다른 점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정책 변화 외에는 탈북자 북송을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중국의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점을 들어 중국 국내법 및 국제법, 인도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송했다고 밝혔지만 종전에 그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이 외국 손님들이 대거 방문하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인도주의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원칙 확립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치외법권 지역이 아닌 시설에 진입하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한국행을 허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계속 증가하는 탈북자들의 국제학교 진입이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설명해 왔다. 한국국제학교는 중국 내 한국인 체류자를 위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민간 교육기관이다.

정부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이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협조한 것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내외의 인도주의적 압력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탈북자 강제 북송을 국제법 위반으로 몰아붙이기 곤란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단 한 명의 탈북자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없지만 중국에 인도주의적 처분을 강조하는 방법 외에 특별한 ‘외교적 지렛대’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경시와 한국의 외교력 부재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번 탈북자들을 연행해 강제 북송시키기 전까지 한 달 동안 한국 정부는 10여 차례나 이들의 신병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다가 북송 이후 일방적으로 결과를 통보했다.

정부는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중국 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중국의 국제학교에 탈북자들이 계속 진입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이들을 조용히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놓고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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