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남북협력기금 유용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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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내부감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김윤규(金潤圭) 부회장의 개인비리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가 ‘남북협력기금’에 손을 댔다는 점이다.

대북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지원한 것인데 이 돈으로 개인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면 그 자체가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본보 보도를 통해 김 부회장의 개인비리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현대그룹이 내부감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북협력기금은 1990년 8월 1일 제정된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1991년 3월부터 조성한 대북 관련 정책 자금이다. 정부 출연금과 국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조성하기 때문에 대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북한과 교역을 하거나 경제협력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통일부에 신청한 후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이 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30대 대기업 집단(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계열사에는 지원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재계 순위 13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인 현대그룹이 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1조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정난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2001년 6월 ‘특혜 시비’를 무릅쓰고 한국관광공사에 기금을 빌려주고 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금 지원을 결정했다.

관광공사는 기금에서 대출받은 900억 원을 지난해 9월까지 전액 금강산 관광 사업에 투입했다. 금강산 현지에 있는 현대아산의 온천장(355억 원)과 문화회관(300억 원)을 이 기금으로 인수했고 식당 겸 판매 시설인 온정각의 지분 60%도 사들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추가로 27억2000만 원을 금강산 지역의 도로 정비에 쓰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고교생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로 28억5000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했다.

현대그룹 현정은(玄貞恩) 회장이 7월에 내부감사 보고서를 받아 들고 김 부회장을 퇴진시키기로 결심한 것도 남북협력기금 지원금에 손을 댔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비록 김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해도 금강산 관광을 포함해 대북사업 전체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2003년 10월부터 집중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 비리를 저지른 점도 현 회장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자살한 2003년 8월에서 불과 두 달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9월 초부터 남북협력기금 사용처에 대해 통일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김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김 부회장의 비리에 대한 감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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