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달 10일 배급제 재개…“1인당 하루 250g→700g 지급”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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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월 10일부터 배급제를 정상화한다는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본보 8월 31일자 A1면 참조

▽배급제 재개=통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북측 관계자는 “그동안 1인당 하루 평균 250g씩 쌀을 배급해 왔으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부터 500∼700g으로 늘려 지급하기로 했다”며 “올해 작황이 매우 좋아서 큰 풍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 정부 차원의 배급 정상화는 식량난이 본격적으로 도래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한 뒤 주민들에게 일반노동자 정량(700g)을 기준으로 절반인 350g은 국정가격(kg당 44원)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구입(kg당 200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 조치는 국가 권력기관 종사자들과 군수·전략산업 종사자들, 대학 기숙사에만 시행됐고 대다수 주민들은 배급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일 쌀 배급량은 유해직종 종사자 및 중노동자 900g, 탄광 운반공 및 중장비 운전자 800g, 일반노동자 700g, 대학생 및 환자 600g, 중학생 500g, 소학생(초등학생) 400g으로 정해져 있다.

▽배경=북한은 최근 배급제 재개와 연관된 내외부적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배급망 재정비 지시 하달 △국제기구 감시요원 추방 △식량장사꾼에 대한 경고 △개인 토지 생산물 강제몰수 등.

이 중 가장 주목되는 조치는 개인 토지 생산물 강제몰수.

북한은 국가 배급망이 사실상 와해됐던 지난 10여 년간 개인들이 비경작지를 일구어 농사를 짓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은 올가을 개인 경작지의 생산물을 전격 몰수한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반까지 조직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지만, 체제 유지의 핵심인 배급제만큼은 굳건히 고수해 주민 통제를 다시금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조치이다.

북한이 올해 10여 년 만의 대풍을 거두었다고 자축하고 있으나 뭔가 ‘큰 그림’이 없이 지속적인 배급제 재개를 결심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그래서 북한이 배급제를 재개해 그동안 식량난으로 이완됐던 통제력을 다시금 추스르고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중대한 ‘정치적 발표’를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식량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최근 움직임
8월전국 배급제 재개 내각 명의 전화 지시문 하달
전국 양정관리일꾼 대책협의회, 배급제 방법론 논의
9월세계식량계획(WFP)에 지원방식을 ‘긴급구호’에서 ‘개발구호’로 바꿔달라고 요청
북한에서 활동 중인 10여 개 국제 민간지원단체들에 연말까지 사업 중단 요청
장마당 식량판매 단속 경고. 국가 배급망을 통한 구입 독촉
개인들에게 경작을 허용했던 소토지의 식량생산물 강제 몰수 시작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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